한글이 있기 전의 문자생활을 엿보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김수인 기자

suin_325@naver.com

 

지난 5일 한글문화연대에서 ‘문자생활과 이두’라는 주제로 알음알음 강좌가 있었다. 이날 강좌는 차자표기를 전공하고 서울시립대학교 등에서 강의하는 이용 교수가 맡았다.

 

강의는 이두의 발생과 발달부터 당시의 문자생활, 한글 창제 후에도 이두가 쓰인 까닭을 중심으로 2시간이 훌쩍 넘도록 진행됐다. 기자가 직접 찾은 이곳에는 시작 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강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빈자리 없이 강의실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한글뿐만이 아니라 한글 전에 쓰인 이두 역시 흥미로운 문자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 강좌에 집중하는 수강생들의 모습

강좌는 이용 교수가 슬로베니아에 오래 살다 온 경험을 떠올리며 시작됐다. 그는 타지에서 우리말과 한글을 쓸 수 없었기에 겪었던 불편함을 되돌아보며 언어나 문자가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자신의 경험을 투영해 이야기하겠다고 강좌의 방향을 제시했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수강하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질문하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두에 관한 호기심을 채워나갔다.

 

이두는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우리말을 표기하던 차자표기법의 하나로 이토, 이찰 등 다양한 이름으로 쓰이기도 했다. 향찰이나 구결, 고유명사까지 포함한 광의의 이두와 이두문에 쓰인 우리말인 협의의 이두로 나뉘어 그 개념을 살필 수 있다. 한편 이두는 한자와 한문이 유입되고 사회와 문화가 발달하면서 문자의 필요성이 대두해 발생했다. 특히 이용 교수는 보통 문자가 필요할 때 ‘스스로 만드는 것’과 ‘만들어진 문자를 가져오는 것’ 중 대체로 문자를 빌려 쓴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전 세계 언어가 약 6,000개에 달하는데 문자는 약 100개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우리는 단지 문자를 빌려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글’이라는 우리의 문자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다시금 자랑스러워진 부분이었다.


 이어진 강의에서는 ‘혜초는 신라인인가?’라는 흥미로운 질문과 함께 중국의 음역과 의역을 이용하는 방법에서 착안해 음독과 훈독을 이용했던 초기 이두의 발생부터 여러 예시를 통해 살폈다. ‘머리카락’이 아닌 ‘머리를 자른다’는 표현처럼 한국어만의 독특한 어순이나 문법 형태를 통해 한국어임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을 함께 확인해볼 수 있었다. ‘광개토대왕비문’이나 ‘임신서기석’ 등 역사적으로 많이 알려진 자료는 물론 고려 시대, 조선 초기 등 과거에 쓰인 각종 문서를 살피며 당대의 문자생활을 엿볼 수도 있었다.

▲ 이용 교수가 ‘문자생활과 이두’ 강좌 내용 중 이두의 발생을 설명하고 있다

한편 이두는 한글 창제 이후에도 조선 말기까지 각종 실용·공문서에 지속해서 사용됐다. 새로운 문자인 한글에 대한 거부감이 있던 사회적 분위기도 있었지만, 중요하게 작용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이두를 사용하던 아전들의 계급적 이익을 수호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돼 중인층이 일반인은 모르는 전문용어를 전유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덧붙여 이 교수는 오늘날에도 법률이나 의료, 행정 등에서 어려운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모습이 있다며 이를 꼬집기도 했다. 강좌는 한글 창제 이후에도 이두가 쓰인 편지글과 문장을 함께 해석해보며 마무리됐다.


이번 강좌는 한글이 있기 전에도 한국어를 탁월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준 이두를 역사의 흐름을 따라 살핀 흔치 않은 기회였다. 함께 수강한 사람들 역시 강좌가 끝나고도 개별적인 질문을 쏟아내며 열정적으로 알아나갔다. 이날 강좌에 참석한 최보람(초등교사) 씨는 “이두의 존재만 알았지 어떻게 만들어졌고 쓰였는지 전혀 몰랐는데 옛날 사람들의 언어를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