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43] 성기지 운영위원

 

안경 낀 사람? 안경 쓴 사람?

 

안경을 낀다고도 하고 안경을 쓴다고도 한다. 이 두 말은 구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어서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리다고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 그렇기는 해도 우리말 동사들은 제각기 자기 본연의 임무가 있어서, 그 임무에 맞게 사용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낱말이 가진 본래의 임무를 찾아 주면, 안경은 ‘끼는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쓰는 것’이라고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끼다’는 낱말은 우리 몸의 일부에 꿰는 것을 표현하는데 한자말로는 ‘착용’에 가까운 말이다. 주로 ‘반지를 손가락에 끼다’, ‘장갑을 끼다’ 들처럼 사용한다. 이에 비해 ‘쓰다’는 우리 몸에 무엇인가를 얹어 놓거나 덮거나 또는 걸쳐 놓는 것을 이르는 동사이다. ‘모자를 쓰다’, ‘우산을 쓰다’, ‘안동 하회탈을 쓰다’ 들처럼 사용한다. 안경도 얼굴에 꿰는 것이라기보다는 걸쳐 놓는 것이므로 ‘쓰다’가 알맞다고 생각한다. “안경을 낀 사람”보다는 “안경을 쓴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수영장을 이용할 때, 수영복, 수영모와 함께 꼭 필요한 것이 물안경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수영장 안내문에는 ‘물안경을 써야’, ‘물안경을 쓰고’라 하지, ‘물안경을 껴야’. ‘물안경을 끼고’처럼 적어 놓은 곳은 거의 없다. 물론 안경과 물안경은 얼굴에 고정하는 방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안경을 쓰다’ 쪽의 쓰임이 더 널리 퍼져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