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32] 성기지 운영위원

 

생사 여부

 

에콰도르와 일본 구마모토 지역에 일어난 큰 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지진이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는 것은 부산 지역에 몰아닥친 지진 여파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에콰도르 지진에 대해 언론들이 “골든타임이 지나 실종자의 생사 여부가 불투명하게 되었다.”고 보도하였다. ‘생사 여부’가 맞는 말일까?

 

“생사 여부가 불투명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생사 여부’란 말 자체가 불투명한 표현이다. ‘여부’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상반된 개념을 가진 낱말 뒤에 또다시 ‘여부’라는 말을 붙여 쓰는 것은 옳지 않다. 예를 들어, “논문의 진위 여부를 조사하였다.”라든가, ‘찬반 여부’, ‘성패 여부’ 같은 표현들은 잘못된 것이다. ‘생사, 진위, 찬반, 성패’라는 낱말들이 이미 서로 상반된 개념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그 뒤에 또 ‘여부’를 써서 ‘그러거나 그러지 않거나’라는 뜻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 곧 ‘생사’, ‘진위’ 속에 이미 ‘여부’의 뜻이 들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생사 여부’를 모르는 게 아니라, ‘생사’를 모르는 것이므로 “생사가 불투명하게 되었다.”이고, ‘논문의 진위 여부’를 조사한 게 아니라 “논문의 진위를 조사하였다.”고 해야 한다. 연구의 ‘성패 여부’를 모르는 게 아니라, ‘성패’를 모르는 것이다. ‘여부’를 넣어서 말하려면, “실종자의 생존 여부가 불투명하게 되었다.”, “논문의 진실 여부를 조사하였다.”, “연구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들처럼 표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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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