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22] 성기지 운영위원

 

난장판의 아수라

 

총선을 70여 일 앞두고도 아직 선거구조차 확정하지 못한 국회는 언제나처럼 오늘도 정쟁에 여념이 없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하는,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난장판’은 여러 사람이 떠들면서 뒤엉켜 있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조선시대 때 과거를 볼 때가 되면 전국 각지에서 양반집 자제들이 시험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렇게 수많은 선비들이 모여들어 질서 없이 들끓고 떠들어 대던 과거 마당을 ‘난장’이라고 했다. 과거 시험장의 난장에 빗대어, 뒤죽박죽 얽혀서 정신없이 된 상태를 일컬어 ‘난장판’이라고 하였다.

 

‘난장판’과 똑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이 ‘깍두기판’이다.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는 사람을 깍두기라 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한자리에 우르르 모여 뒤엉켜 있으면 ‘깍두기판’이 된다. 그래서 질서가 없는 집안을 비유해서 ‘깍두기집안’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 국민의 이름을 팔며 정쟁을 벌이고 있는 여의도 정가야말로 깍두기판이라 할 수 있다.

 

‘난장판’, ‘깍두기판’과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아수라장’이란 것도 있다. ‘아수라장’은 “싸움 따위로 혼잡하고 어지러운 상태에 빠진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은 우리말이 되었지만, 아수라장은 본디 ‘아수라’라는 불교 용어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한다. 아수라는 화를 잘 내고 성질이 포악해서 좋은 일이 있으면 훼방 놓기를 좋아하는 동물이다. 따라서 아수라들이 모여서 놀고 있는 모습은 엉망진창이고 시끄럽고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고 해서 생긴 말이 ‘아수라장’이라는 것이다. 국민의 삶을 위해 헌신할 일꾼들이 국민의 눈에 아수라처럼 보여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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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