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21] 성기지 운영위원

 

불빛 비칠 때와 비출 때

 

맹추위가 기승을 떨치고 있다. 길 가는 행인들은 잔뜩 움츠린 채 앞만 보며 걷는다. 머리 위의 하늘과 멀리 앉아 있는 산에 눈길이 가려면 이 추위가 물러가고 봄볕이 들어야 하니, 아직 한 달 넘게 추위를 겪어내야 한다. 비록 추운 날씨지만 그래도 한낮에는 볕이 드는 곳이 있다. 빛은 눈에 밝게 보이는 것인 데 반해, 볕은 몸으로 느끼는 따듯한 기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빛은 눈부시고 볕은 따스하다. ‘빛’과 ‘볕’의 경우처럼 ‘비치다’와 ‘비추다’ 또한 형태가 비슷하여 헷갈리기 쉽다.

 

‘비치다’는 “빛이 나서 환하게 되다”는 뜻이다. 가령, “어둠 속에 불빛이 비치다.”, “밝은 빛이 창문으로 비치고 있다.”와 같이 쓰일 때는 모두 ‘비치다’이다. 또, ‘비치다’는 “빛을 받아 모양이 나타나 보이다”는 뜻으로도 쓰이는데, “번쩍이는 번갯불에 어떤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와 같은 예가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이에 반하여, ‘비추다’는 “빛을 내는 대상이 다른 대상에 빛을 보내어 밝게 하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예를 들어, “손전등을 비추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이 마루를 비추고 있었다.”와 같은 경우에는 모두 ‘비추다’로 써야 하는 것이다. 또, “거울에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처럼, “빛을 반사하는 물체에 어떤 물체의 모습이 나타나게 하다”는 뜻으로 쓰일 때도 ‘비추다’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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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