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14] 성기지 운영위원


엉터리와 터무니


‘엉터리’는 본디 “사물의 기초”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그래서 ‘엉터리없다’고 하면 어떤 일의 기초나 근거가 없다, 곧 이치에 맞지 않다는 뜻이 된다. 이 말을 응용하여 허황된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서 ‘엉터리없는 사람’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엉터리없는 사람’을 그냥 ‘엉터리’라고 하는 것도 표준말로 인정하고 있다. 이것은 잘못 알려진 말이 널리 쓰이게 되니까 할 수 없이 표준으로 삼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엉터리’와 비슷한 말 가운데 ‘터무니’가 있다. ‘터무니’는 “터를 잡은 자취”를 뜻하는 말로서, “수십 년 만에 고향에 갔더니 우리 가족이 살던 터무니가 사라졌다.”고 쓸 수 있다. 이 말은 또, 정당한 근거나 이유를 나타내는 말로도 널리 쓰여 왔다. “변명을 하더라도 터무니가 있어야 통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정당한 근거나 이유가 없을 때, ‘터무니없다’고 말한다. 다만 ‘엉터리있다’는 말이 없는 것처럼, ‘터무니있다’는 말은 쓰지 않는다.


‘엉터리없다’, ‘터무니없다’ 들처럼 ‘없다’가 붙어 쓰이는 말 가운데 ‘어처구니없다’는 말이 있는데, 이 또한 ‘어처구니있다’고 하지는 않는다. ‘어처구니’는 ‘상상 밖에 엄청나게 큰 물건이나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도 건설 장비 가운데, 큰 바위를 깨뜨리는 커다란 쇠망치를 어처구니라 한다. 이 말을 응용하여 ‘어처구니없다’고 하면, 하도 기가 막혀 어찌할 줄을 모른다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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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