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03] 성기지 운영위원

 

한가위 뫼돌보기

 

추석이 한 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설날을 ‘정월 대보름’이라고 하듯이, 추석은 ‘팔월 한가위’라고 말한다. 한가위 명절을 맞아 고향에 가면 꼭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가 집안 어른들 무덤의 풀을 깎고 깨끗이 다듬는 일이다. 이런 일을 표현할 때, 흔히 ‘금초’니, ‘벌초’니, ‘사초’니 하는 말들을 쓰고 있다. 비슷하지만 서로 조금씩 뜻이 다르다. ‘금초’는 ‘금화벌초’의 준말로서, 무덤에 불이 나는 것을 조심하고 때맞추어 풀을 베어 준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벌초’는 무덤의 풀을 깎아 깨끗이 한다는 뜻이고, ‘사초’는 오래된 무덤에 떼를 입혀서 잘 다듬는 일을 뜻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한가위 무렵에 무덤의 풀을 깎는 일은 ‘벌초’라고 한다. 중부 지방에서는 ‘금초’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는데, ‘금초’의 본디말인 ‘금화벌초’에는 불조심의 뜻이 들어 있기 때문에, 불이 나기 쉬운 때인 한식 때 하는 벌초는 ‘금초’로 표현할 만하다. 그러나 ‘사초’는 오래되어 허물어진 무덤에 잔디를 새로 입혀 정비하는 것을 말하므로 ‘벌초’와는 쓰임이 다른 말이다.

 

그러나 ‘금초’니 ‘벌초’니 ‘사초’니 하는 말들은 우리 말맛에 그리 들어맞지 않는다. 굳이 구별해 쓰려고 애쓸 게 아니라, 누가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는 우리말로 고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덤은 예부터 ‘뫼’라 하였으니, 웃자란 풀을 깎든 잔디를 입히든 무덤을 돌보는 모든 일들을 그저 ‘뫼돌보기’라 하면 어떨까? “벌초하러 간다.”보다는 “뫼돌보러 간다.”가 어쩐지 정겹게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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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