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4)

 

 

긴 장마 끝에는 무더위가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식중독이나 장염 같은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겠다. 우리 속담 가운데, “밥은 봄같이 먹고, 국은 여름같이 먹고, 장은 가을같이 먹고, 술은 겨울같이 먹으랬다.”는 말이 있다. 밥은 따뜻하게, 국은 뜨겁게 먹어야 한다는 속담이다. 더운 날씨일수록 너무 찬 음식을 찾기보다는, 선조들의 가르침대로 잘 끓여서 뜨겁게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무더위’는 ‘물’과 ‘더위’가 한몸이 되어 만들어진 말이다. 습도가 높아 찌는 듯한 더위를 가리킨다. 이에 비해, 비가 오지 않아 습기가 없고 타는 듯이 더운 것은 ‘강더위’이다. 흔히 ‘땡볕더위’, 또는 ‘불볕더위’라고 하는 것이 바로 강더위이다. 무더위와 강더위는 둘 다 몹시 더운 날씨를 말하지만, 습도가 높아 찌는 듯한 더위냐, 그렇지 않으면 비 한 방울 오지 않고 타는 듯한 더위냐 하는 뜻 차이가 있다.


우리말 ‘강더위’와 상대어라고 할 수 있는 말이 ‘강추위’이다. 기상예보에서 아주 강한 추위를 가리켜 ‘강추위’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한자 ‘굳셀 강’ 자를 붙여 말하고 있는 것이지, 본래부터 쓰던 순 우리말 ‘강추위’와는 뜻이 다른 말이다. 순 우리말 ‘강추위’의 ‘강’은 아무 것도 끼어들지 않은 순수한 것을 나타낼 때에 붙이는 접두사이다. ‘강더위’가 비가 오지 않고 타는 듯이 더운 날씨를 말하는 것처럼, ‘강추위’라고 하면 눈이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추운 날씨를 가리킨다. 아무리 추워도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면 강추위가 아니었는데, 요즈음엔 한자 ‘굳셀 강’ 자가 달린 변종이 나타나 “눈보라 치는 강추위”라는 표현이 자연스러워졌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안주 없이 마시는 술을 ‘강술’이라고 한다. 소주를 안주 없이 마시면 ‘강소주’라고 말할 수 있다. 흔히 된발음으로 ‘깡술’, ‘깡소주’라고 하는데, ‘강술’, ‘강소주’가 표준말이다. ‘강’이 “다른 첨가물이 없이 오직 그것만으로 된”이라는 뜻을 보태 주는 순 우리말이기 때문에, 두부나 호박 같은 재료를 넣지 않고 빡빡하게 끓이는 된장을 ‘강된장’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강된장’을 일부 지방에서는 ‘깡장’이라 말하기도 한다. ‘강’이 붙는다고 모두 한자말 ‘굳셀 강’으로만 여길 게 아니라, 이렇게 순 우리말 ‘강’이 따로 있다는 것을 생각해서 여러 가지 경우에 응용해서 쓰면 좋겠다.

 

<성기지/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