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속 맞춤법, 이대로 괜찮을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2기 이소영 기자
(lovely3137@daum.net)

 

이제는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컴퓨터, 휴대폰, 영화관, 길거리 등에서 각종 광고 영상들을 쉽게 접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에 따라 광고의 파급력은 두 배, 세 배로 늘어나고 있다. 국어기본법 제15조 2항에 ‘신문·방송·잡지·인터넷 등의 대중매체는 국민의 올바른 국어사용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을 정도로, 광고매체는 올바른 국어사용에 있어서도 큰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몇 광고에서 맞춤법이 지켜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광고 속 맞춤법 오류로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광고 네 가지를 대표 사례로 들어보고자 한다.

 

호응 관계가 부적절한 표현

▲ ‘피로 회복’이라는 잘못된 표현이 쓰인 자양강장제 광고.

 

광고 문구에 ‘대한민국 피로회복제’라고 나타나 있듯이, 일에 지쳐 피곤한 상태의 사람들이라면 가장 먼저 떠올릴 만한 유명한 제품의 광고이다. 1963년에 출시된 후, 50년이 넘는 동안 ‘피로회복제’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그러나 ‘피로 회복’에서 ‘피로’와 ‘회복’은 사실상 의미 호응이 맞지 않는 표현이다. 사전에 따르면, ‘회복’은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을 뜻한다. 그러므로 ‘피로 회복’은 ‘피로한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피로한 상태로 되돌아가는 자양강장제’는 말이 안 된다. 따라서 ‘피로 해소’, ‘피로 감소’ 또는 ‘원기 회복’으로 표현하는 것이 옳다.

 

의존명사 것? 거? 꺼?

▲ 띄어쓰기와 더불어, 의존명사 ‘것’의 이형태 ‘거’가 ‘꺼’로 잘못 사용되었다.

 

2015년 양띠 해를 맞아 새해 소망 문구와 양 캐릭터를 결합하여 선보인 음료 광고이다. ‘행복해질꺼(양)’이라는 구어체 표현을 일부러 사용하여 소비자들에게 친근한 인상을 심어주려는 시도였다고 한다. 광고주 입장에서 친근감이 중요하겠지만, 법조항에 언급된 것처럼 대중매체가 국민의 올바른 국어 사용을 장려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위 문구는 ‘행복해질 거(양)’이라는 표현으로 고쳐야 한다. 여기서 ‘거’는 의존명사 ‘것’의 구어적 표현이다. ‘거’가 [꺼]로 발음되는 현상 때문에 표기할 때 혼동이 생길 수 있으나, ‘꺼’는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쓸 수 없다.

 

만두국과 만둣국

▲ 사이시옷 규정에 따라 ‘만둣국’으로 써야 올바른 표현이다.

 

‘만둣국’은 한자어 ‘만두(饅頭)’와 고유어 ‘국’이 결합하는 합성어이다. 앞말인 ‘만두’가 모음으로 끝나고, 뒷말인 ‘국’의 첫소리가 [꾹]의 된소리로 발음되는 사이시옷 규정 사항을 지키기 때문에, ‘만두’와 ‘국’ 사이에는 사이시옷을 받쳐 적어야 한다. 비슷한 예로 ‘등굣길’이 있다. 한자어 ‘등교(登校)’와 순우리말 ‘길’이 결합하며,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고, 뒷말이 [낄]로 발음되므로 이 역시 사이시옷의 조건에 적합하다.

 

‘ㄹ’ 받침이 있는 동사와 없는 동사의 활용

▲ ‘변해 볼란다’가 아닌 ‘변해 보련다’가 옳은 표현이다.

 

‘보다’의 어간에 ‘-려고 한다’의 줄임말인 ‘-련다’가 붙어 ‘보려고 한다’라는 화자의 의지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보다’처럼 받침이 없는 동사인 ‘가다, 하다’의 어간 뒤에 ‘-련다’가 붙으면 ‘보련다’처럼 ‘가련다, 하련다’로 표현할 수 있다. 만일 ‘ㄹ’ 받침이 있는 ‘살다, 만들다, 울다’ 등의 동사 어간 뒤에 ‘-련다’가 결합하면, ‘ㄹ’ 받침을 그대로 넣어서 ‘살련다, 만들련다, 울련다’라고 표현하면 된다.

 

광고와 우리말

그렇다면 왜 광고에 잘못된 우리말 표현이 나타나는 걸까. 광고언어는 짧은 시간 안에 되도록 강한 표현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야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요즘은 우리 생활 어디에서나 광고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수많은 광고들 사이에서 보는 사람의 흥미를 제일 먼저 이끌어내고 눈에 들어오기 쉽도록 일상 회화적·구어체의 표현을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위에서 언급한 ‘행복해질꺼야’나 ‘변해 볼란다’처럼 잘못된 표현도 서슴지 않고 쓰게 되는 것이다.

 

▲ 한글 전용 잡지 『뿌리 깊은 나무』

 

하지만 광고가 크게 발달하지 않았던 70-80년대의 광고는 오히려 우리말 바로쓰기에 충실하려 했다. 70년대에 신문 발행 수가 증가함에 따라 광고 지면의 수도 늘어났다. 외국 상표들이 들어오면서 지금 광고들 못지않게 잘못된 영어식 표현이 난무하던 도중, 1976년 창간된 잡지 『뿌리 깊은 나무』는 순우리말 표현만 써서 화제가 되었다.


80년대에 이르러서는 컬러텔레비전이 도입되면서 광고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졌다. 이때도 역시 외국어 표현을 포함한 다양한 방송광고들이 쏟아지고 있었는데, 1983년에 우리말 문장으로 이루어진 한 기업의 광고가 광고대상을 받음으로써 주목을 받고, 이후로도 80년대 초중반의 광고들은 그 맥을 이어갔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과 같은 국제행사를 주최하여 대외적으로 보는 눈들이 더 많아졌던 것이, 방송광고 문구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요즘은 맞춤법 검사 프로그램이 잘 발달되어 있어 광고를 제작할 때도 검사 프로그램을 요긴하게 쓴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맞춤법 검사기가 크게 발달되지도 않았던  이전 시기의 광고들이 오히려 우리말 바로쓰기에 더 충실하려 했던 것을 보면, 지금의 광고문구들이 맞춤법을 무시하는 것은 매우 모순적인 상황이 아닌가 싶다. 광고 문구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주었으면 한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