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열사들의 혼, 멋글씨로 담아내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2기 이소영 기자
(lovely3137@daum.net)

 

올해는 3·1절 제96주년이자 광복 제70주년의 해이다. 이를 기리기 위해 지난 3월 1일부터 4월 12일까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10옥사에서 <강병인의 글씨로 듣는 독립열사의 말씀> 기획전시가 열렸다.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셨던 애국지사들의 말씀을 멋글씨로 담아내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그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취지였다.

독립열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천독립열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천독립열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천

 ▲ 독립열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천

 

멋글씨 작품들을 하나씩 살펴보기 전에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바로 옥사의 입구에서 출구까지 천장에 길게 걸려 있는 천이었다.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돌아가신 독립열사들의 이름을 50m 길이의 천에 썼다고 한다.

유관순의 유언유관순의 유언한용운 ‘님의 침묵’한용운 ‘님의 침묵’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

좁은 옥사 안에는 약 20여 점이 넘는 작품들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그 중에는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되었다가 생을 마감한 인물들의 말씀들과 더불어,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다른 애국지사들의 말씀들도 멋글씨로 표현되어 있었다.

신채호신채호윤봉길윤봉길이준이준김좌진김좌진민영환민영환

 

▲ 안중근 의사의 어록.
한 인물의 말씀들이 각기 다른 다섯 가지 서체로 쓰인 것이 인상적이다.

 

옥사의 출구 쪽에는 관람객들이 퇴장하면서 한 번씩 더 뒤돌아보게 할 정도로 큰 강병인 작가의 창작품이 걸려있었다.

 

 ▲ 강병인 작가의 창작품 ‘통일조국’.

 

‘통일조국’ 아래에 ‘독립열사들의 목숨으로 이룩한 대한독립 이제 조국의 평화통일로 그 숭고한 뜻을 이어가야 합니다’라는 작가의 바람을 실어놓았다.

 

▲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과 강병인 작가의 ‘독도는 우리 땅’을 하나의 작품으로 나타냈다.


이 작품에서 일본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김구 선생의 연설문 ‘나의 소원’이 한글로 꼼꼼하게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도 왼쪽에는 강병인 작가의 ‘독도는 우리 땅’이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독도 수호에 대한 작가의 투철한 정신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입이 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독도는 본디 우리 땅이니 너희가 함부로 입에 담을 것이 못 된다
너희가 함부로 남의 땅을 넘본다면
지하에 계신 김구 선생님이 다시 깨어나시어
너희 입과 땅 모두를 한글로 물들일 것이다.

태극기가 걸려 있는 형무소 건물태극기가 걸려 있는 형무소 건물

형무소 상설전시관 2층에는 독립운동가 수형기록표 5천여 장을 모아놓은 추모공간이 있다.형무소 상설전시관 2층에는 독립운동가 수형기록표 5천여 장을 모아놓은 추모공간이 있다.

 

  ‘멋글씨’, 혹은 더 널리 알려져 있는 용어인 ‘캘리그래피(Calligraphy)’는 아름다운 서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문화권에 따라 그 개념이 다르게 사용되며, 현대에 와서는 시각디자인 관련 용어로 쓰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캘리그래피 개념이 들어온 것은 1990년대로 추정되는데, 서예 문화를 기반으로 한다고 보면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물론 서예 문화는 한자가 주를 이루면서 시작되었으나, 훈민정음 반포 이후로는 반포체, 궁체, 민체 등의 다양한 한글 서체들이 등장하면서 한글 서예도 빛을 발하였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벌어진 한글말살정책은 이러한 한글 서예 문화의 등장을 무력하게 만들었고 우리 민족의 정체성까지 빼앗아갔다. 이 기획전시는 그래서 더욱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작가가 독립열사들의 말씀을 단순히 멋있는 글씨로 적어낸 것에서 그친 것이 아니다. 다른 어떤 문자도 아닌 ‘한글’에 독립열사들의 혼을 담아내어 당시 일본이 앗아갔던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오늘날의 우리가 다시 생각해보도록 일깨워주려 했기 때문이다.

 

  한편, 2004년 국립국어원은 ‘캘리그래피’를 신어사전에 수록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멋글씨’ 또는 ‘멋글씨 예술’이라는 우리말로 바꾸어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캘리그래피’라는 단어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멋글씨’라는 순화어가 존재한다는 것을 더 많이 퍼뜨릴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병인 작가의 다른 멋글씨 작품이나 전시활동 등에 대해 궁금하다면 ‘강병인 캘리그래피 연구소(http://www.sooltong.co.kr,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의 다양한 전시·체험활동 소식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소식(http://www.sscmc.or.kr/newhistory/notice/notice.asp)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