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소식지 437호
2013년 7월 18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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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성모 한국과학기술원 총장에게 "전 과목 영어 강의"에 대해 묻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이 과도한 학습 부담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인재 양성 기반을 만들기 위해 내년부터 학생 평가 방법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고 차등 등록금제을 없앤다고 합니다.

그런데 바뀌는 내용에 2011년 학생과 교수의 자살 사태까지 불러 일으켰던 교육 정책 가운데 하나인 '전 과목 영어 강의'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글문화연대가 강성모 한국과학기술원 총장께 공문을 보내 '전 과목 영어 강의'에 대해 물었습니다.

* 참고 기사: 전자신문, KAIST, 학생 성적

 절대평가제 추진…차등 등록금제도 폐지
(http://www.etnews.com/news/economy/
education/2797301_1491.html
)

  ◆ 서울시교육청에 "초등학교 한자 교육" 공개 토론을 제안하다

지난 7월 3일 한글문화연대를 비롯한 국어 단체와 학부모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특별시교육청과 문용린 서울특별시교육감에게 '한자 사교육을 부추기는 초등학교 한자 교육을 당장 멈추라'고 요구하였고 "초등학교 한자 교육" 문제에 관해 공개 토론을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2주가 지나도록 서울시교육청에서 토론회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아 다시 한 번 공개 토론회를 제안했습니다.

* 덧붙임) 이러한 한글문화연대의 생각에 대해 많은 분이 오해를 하셔서 덧붙입니다.
한글문화연대는 한자 교육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에서의 한자 교육을 반대합니다. 한자 교육은 중학교에서부터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고 한자 지식이 많이 필요한 사람은 개인적으로 더 배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학교에서 하는 한자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중학교에서 하는 한자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지 한자 교육을 초등학교에서부터 해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 자세한 내용은 아래 붙임문서('교과서 한자 혼용과 초등 한자 교육 반대 범국민 대책위원회'가 만든
"교과서 한자 혼용과 초등 한자 교육 강화 주장의 참과 거짓을 가리는 10문 10답")를 내려받아 읽을 수 있습니다.)

  ◆ [우리말 이야기]비에 관한 우리말들_성기지 학술위원

비에 관한 우리말들
- 성기지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


장마가 길어지면서, 집집마다 습기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요즘 내리는 비는 장맛비이다. ‘장마비’가 아니라 ‘장맛비’[장마삐]라고 해야 표준말이 된다. 옛날에는 장마를 ‘오란비’라고도 했지만, 요즘에는 이 ‘오란비’란 말이 ‘장맛비’에 거의 떠내려가 버려서 옛말로만 남고 말았다. 이제 이 달 하순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굵은 빗방울이 세차게 쏟아지는 날이 많아질텐데, 이처럼 “굵고 세차게 퍼붓는 비”를 ‘작달비’라고 한다. 작달비를 만나면 우산도 별 소용이 없게 된다. ‘작달비’와 정반대되는 비가, 가늘고 잘게 내리는 비를 가리키는 ‘잔비’이다.

잔비도 여러 날 내리게 되면 개울물을 누렇게 뒤덮는다. 개울가나 흙탕물이 지나간 자리에 앉은 검고 고운 진흙이 있는데, 이 흙을 ‘명개’라고 한다. 장마가 져서 홍수가 난 뒤에는 곳곳에 명개가 덮여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장마 뒤에 한동안 쉬었다가 한바탕 다시 내리는 비가 있다. 이 비가 홍수 때문에 여기저기 덮여 있는 명개를 씻어내는 비라고 해서 ‘개부심’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뭔가를 새롭게 하는 것을 비유하여 ‘개부심’이라고 한다. 비록 어절 끝에 ‘비’가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본래 ‘개부심’은 비를 뜻하는 말로 쓰였다.

비를 나타내는 우리말 가운데 ‘먼지잼’이라고 하는 무척 귀여운 말도 있다. ‘먼지잼’은 “겨우 먼지나 날리지 않을 만큼만 오는 비”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편, 빗방울이 하늘에서 얼어서 떨어지는 것을 ‘우박’이라고 하는데, 이 우박은 순 우리말이 아니라 한자말이다. 우박을 순 우리말로는 ‘누리’라고 한다. [누리] 하고 짧게 발음하면 ‘사람이 사는 세상’을 뜻하는 말이고, [누:리]처럼 길게 발음하면 우박을 바꿔 쓸 수 있는 순 우리말이 된다.

‘누리/우박’ 하면 연상되는 ‘천둥’과 ‘번개’는 모두 우리말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천둥’은 처음부터 우리말은 아니었다. 본래 한자말 ‘천동’(天動)이 들어와 쓰이다가 [천둥]으로 소리가 바뀌어서 우리말화한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천둥’보다 먼저 써 왔던 순 우리말은 ‘우레’이다. 그래서 우레가 치면서 함께 내리는 비를 ‘우레비’라고 한다. 가끔 ‘우레’를 ‘雨’(비 우) 자에 ‘雷’(우레 뢰) 자를 써서 ‘우뢰’라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는데, ‘우뢰’라는 한자말은 없다. 반면에 ‘번개’는 순 우리말이다. ‘갯가’라든지 ‘개울’, ‘개천’처럼 물이 흐르는 곳이 ‘개’이기 때문에, 번개나 무지개는 모두 물과 관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한글로 또박또박 마음을..김은영 운영위원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은 사람이 죽으면 죽은 이를 기리는 글을 써 장례 때와 1주기, 2주기 때 큰 소리로 읽었다. 그런 글을 제문이라고 하는데, 지난 7월 10일, 경북대학교에서 열린 국어사학회 학술대회에서 정승혜 수원여대 교수(국어사)는 18세기 조선시대 호남지방의 사대부가 먼저 세상을 떠난 여동생을 기리는 애끊는 한글 제문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장례와 제사 때 읽히는 글이라 대부분 한문으로 쓰인 것들이 남아있는데, 사대부가 쓴 한글 제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시집간 누이를 잃은 오빠가 쓴 한글 제문은 애틋하다.

"누이의 나이 겨우 서른둘인데 하늘은 어찌 우리 누이를 바삐 앗아가셔서 이 노쇠한 동기에게 육체는 마르고 심신은 다 스러지게 하는가."

누이를 잃고 한글 제문은 쓴 사대부는 기태동이라는 유학자였다. 한글보다는 한문이 더 편한 유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슬픔에 잠겨있을  집안 여성들도 제문을 읽고 죽은 이를 함께 기릴 수 있도록 한글로 썼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사대부의 한글 제문을 언짢게 생각했는지, 한자로 고쳐 쓴 한자본도 남아있다고 한다.

이 절절한 마음을 한자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나는 모르겠다.

‘어찌 바삐 앗아가셔서... 다 스러지게 하는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던 여동생에 대한 오빠의 저 가슴 찢어지는 마음을 한자로는 어떻게 쓰는지 나는 모르겠다.

세상에 나오는 모든 말과 글은 생각의 나눔, 감정의 나눔, 정보의 나눔 등 ‘나눔’을 바탕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나눔이 아니라 전달이라 한다 해도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할 쪽에서 받아들이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말과 글은 쓸 데가 없다. 여동생을 위해 한글 제문을 쓴 사대부 기태동 역시 ‘나눔’을 생각했을 것이다. 여동생을 위해, 슬픔에 잠겨 있을 집안 여성들을 위해 슬픔을 나누기 위해서 말이다.

긴 여름, 우리 사회에, 이웃에, 주변에 어려움을, 슬픔을, 화를, 좌절을 나눠야 할 사람들이 있나 없나 살펴봐야겠다. 고마움을, 기쁨을, 사랑을, 축하를 나눠야 할 사람들은 또 없나 살펴봐야겠다.

길지 않아도 좋을 우리말, 우리글 한글로 또박또박.

 

 

교과서한자혼용과초등한자교육강화주장의참과거짓을가리는10문10답.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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