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좋은 나라-57] 김영명 공동대표

 

길리건 박사의 놀라운 발견

 

책방에서 우연히 산 책을 읽어 보고 많이 놀랐다. 길리건 박사라고 오랫동안 폭력 문제를 연구해 온 미국 정신의학자의 책이다. 그는 1900년-2007년 사이 미국의 폭력에 관한 통계 분석을 하다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에 직면하였다. 미국에서 어느 시기 동안에 자살률과 살인율이 급격히 성장하다가 다른 시기에는 그 둘이 모두 크게 하락하는 주기가 반복되었다. 이런 기묘한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리둥절해 하다가, 어느 순간 그야말로 우연히 그 시기가 공화당, 민주당 집권 시기와 각각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분연히 일어나 책을 쓰게 된 듯하다. 정신의학자이니 정치 문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으나 범죄 통계 분석을 하다가 본의 아니게 정치적인 발언을 하게 된 셈이다.

 

그러면 왜 공화당 집권 시절에 자살률과 살인율이 급격히 증가하는가? 그의 분석에 따르면 그 시절에는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복지가 깎이고 분배 구조가 악화되어 못 사는 사람은 더 못 살게 되고 잘 살게 되는 사람은 더 잘 잘게 된다. 잘 살게 되는 사람은 잘 살게 되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더 못 살게 되는 사람들이 범죄에 내몰리게 된다는 매우 상식적인 가정이다. 미국에서 공화당이 부자 편이고 민주당이 중산층, 서민 편이라는 사실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모두 알고 있으리라.

그런데 길리건 박사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살하는 이유와 남을 죽이는 이유는 거의 같다. 뭐 우울증 이런 정신과적인 원인 말고 말이다, 아니 이런 정신과적인 원인 역시 사회정치적인 환경 변화와 따로 생각할 수는 없다. 직장을 잃고 마누라에게 구박받고 주위의 손가락질을 받게 되면 우울증이 오기 쉬우니까. 정신의학자인 저자가 우울증을 얘기하지 않고 공화당, 민주당 집권 여부가 자살의 원인이라고 하니 좀 재미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의 분석은 역시 정신의학자답다. 그는 자살과 살인의 주된 원인이 수치심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특히 남자들에게 해당된다. 여자들은 수치심을 남자에 비해 덜 느낀다. 성적인 수치심 말고 사회적인 수치심 말이다. 직장에서 해고되고 돈 나올 곳이 없으면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자괴감에 빠진다. 주위의 무신경한 조그만 말도 큰 상처로 돌아온다.

 

우리는 주로 분노 때문에 살인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길리건 할아버지는 아니 분노가 아니라 수치심이라고 말한다. 물론 둘이 밀접히 결합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 자네 직장은 알아봤나?” 하는 질문도 자신을 힐난하는 것 같다. 수치심을 느낀다. 그 수치심을 다스리지 못하면 자신에게 모욕을 주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해치거나 살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 자신을 죽이게까지 된다.

미국 공화당은 범죄와의 전쟁을 벌였다. 많이 들어본 말이다. 한국에서도 벌어졌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범죄와의 전쟁이 범죄를 더 키운다는 것이 길리건 박사의 관찰이다. 없는 범죄도 만들어내고 작은 범죄에도 일벌백계로 나가니 교도소가 모자라게 된다. 엄벌은 결코 범죄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관찰 결론이다. 재범률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교도소에서 학위를 따게 하는 것이란다. 그의 통계 분석 결과이니 못 믿겠다고 말할 수 없다.

 

한국에서도 최근 이른바 묻지 마 범죄와 자살률이 아주 높아졌다.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실업이 많아져서 수치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정말 눈을 크게 뜨게 만드는 사실은 자살과 살인이 모두 공화당 집권 시에 급격히 늘어나고 민주당 집권 때는 크게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우연일 수가 없다. 공화당은 사람을 죽이는 정당인가 보다. 외국과의 전쟁도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더 좋아하니 국내에서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공화당이 사람을 더 많이 죽인다.

 

그런데 왜 미국 사람들은 공화당에게 그렇게 많이 투표를 할까? 왜 한국의 서민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정책을 펴는 새누리당에게 표를 던질까? 자기에게 유리한 야당이나 좌파 정당보다 왜 부자를 편애하는 새누리당에게 표를 더 많이 줄까? 이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다음에 하기로 한다.(기회가 안 되면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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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