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79] 성기지 운영위원

 

쑥되고 말았다

 

발음이 잘못 알려져 쓰이고 있는 낱말 가운데, ‘쑥맥’이란 말이 있다. ‘어리석고 못난 사람’을 가리켜 ‘쑥맥 같다’고 한다. 이렇게 발음하다보니 풀이름인 ‘쑥’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때에는 쑥이 아니라 콩을 뜻하는 한자말 ‘숙’(菽) 자를 쓴다. ‘숙’이 ‘쑥’으로 발음되고 있는 것이다. 또 ‘맥’은 ‘보리 맥’(麥) 자이므로, 이 낱말은 ‘쑥맥’이 아니라 ‘숙맥’이다.

 

‘숙맥’은 ‘콩과 보리’를 가리킨다. 본디 ‘숙맥불변’(菽麥不辨)이라는 한자 숙어에서 비롯된 말인데, 우리말로 풀면 ‘콩인지 보리인지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생김새가 아주 다른 콩과 보리조차 구별하지 못할 만큼 분별력이 무딘 사람을 ‘숙맥’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요즘에는 그저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을 숙맥이라 한다.


이와 비슷하게, 너무 순진하거나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켜 ‘쑥’이라고도 하는데, 이때에는 한자말 ‘숙’(菽)과는 전혀 다른 우리말이 된다. 여기에 ‘되다’를 붙여 ‘쑥되다’라고 하면, “3월에는 눈이 안 올 거라고 큰소리치는 중에 눈이 왔으니, 그만 쑥되고 말았다.”처럼, ‘우습게 되다’는 뜻으로 쓰이는 동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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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