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73] 성기지 운영위원


싣고 갈까, 타고 갈까


가끔 신문을 보면, “승객 몇 명을 실은 여객기”라든가 “승객 몇 명을 싣고 가던 버스가 추락했다.”와 같은 기사를 볼 수 있다. 익숙하지만 바람직한 표현은 아니다. 이 기사에 쓰인 ‘싣다’는 자동차나 배, 비행기 따위에 어떤 물건을 올려놓는다는 뜻을 지닌 낱말이다. 따라서 관광객이 비행기나 유람선에 타고 승객이 버스를 타는 경우에는 ‘싣다’라는 표현이 알맞지 않다. 사람을 화물처럼 취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싣다’의 넓은 뜻으로 “사람이 어떤 곳을 가기 위하여 차, 배, 비행기 따위의 탈것에 오르다.”도 포함시켜 놓았지만, 이는 “버스에 지친 몸을 싣고 집으로 향했다.”, “그들은 한밤중에 강제로 트럭에 실려 갔다.” 들과 같은 제한된 경우를 염두에 둔 풀이일 뿐이다. 자기의 의지대로 탈것에 오르는 일과는 거리가 있다.


사람이 비행기나 배, 버스 또는 짐승의 등에 자기 의지로 오를 때에는 ‘타다’라는 표현을 쓴다. “비행기를 타다, 자동차를 타다, 말을 타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사람을 무엇에 타게 하는 행위를 나타낼 때에는 ‘타다’의 시킴꼴인 ‘태우다’란 표현을 쓰는 것이 알맞다. 그렇기 때문에 “승객 몇 명을 실은”이란 표현은 “승객 몇 명을 태운”이라 고쳐야 하고, “승객 몇 명을 싣고 가던 버스”가 아니라 “승객 몇 명을 태우고 가던 버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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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