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 한자어가 70%나 된다던데, 사실일까?


거짓이다. 국립국어원에서 간행한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51만여 개의 낱말 가운데 한자어는 57%이다. 물론 그 한자어 가운데에도 사전에만 실려 있을 뿐, 현실에서는 일상생활 및 전문 분야 어디에서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낱말이 수두룩하다. ‘푸른 하늘’을 뜻하는 말만 해도 궁창(穹蒼), 벽공(碧空), 벽락(碧落), 벽소(碧霄), 벽우(碧宇), 벽천(碧天), 벽허(碧虛), 제천(霽天), 창궁(蒼穹), 창호(蒼昊), 청궁(靑穹), 청명(靑冥), 청허(晴虛) 등 13개 이상이 실려 있고, ‘넉넉하다’는 뜻의 ‘은부(殷富)하다’처럼 우리가 죽을 때까지 듣도 보도 못할 낱말들이 많다.


국어사전 중에서


한자 혼용파의 이러한 주장은 일제 강점기인 1920년에 조선 총독부가 만든 《조선어사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침략자들은 사전에 한자어를 70%나 되게, 토박이말은 고작 30%에 지나지 않게 낱말을 실었다. 한자를 숭배하던 대표 학자인 이희승과 남광우가 이런 주장을 계승하였다. 사전에 한번 올라간 말을 솎아내기가 쉽지 않고 많은 사람이 협력하여 사전을 만드는지라 아직도 그 잔재가 남아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쓰지도 않는 한자어가 많다.


한글학회가 1957년에 완성한 《큰 사전》에는 토박이말이 47%, 한자어는 53%가 실려 있다. 5년에 걸쳐 한글학회의 《우리말 큰사전》을 다시 정리하고 있는 정재도 선생의 말에 따르자면, 전혀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를 버릴 경우 한자어 비중은 30%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말일지라도 자료 차원에서 사전에 싣는 게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일제 강점기나 표준어 선정 시기에 사전에서 빠지는 바람에 사라지고 있는 토박이말을 꾸준히 보강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사정이 한자 교육 강화나 한자 혼용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일반 국민의 국어 생활에서 실제로 중요한 지표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낱말의 빈도이다. 국립국어원의 발표에 따르자면 한국인이 실제로 사용하는 낱말의 비율은 토박이말이 54%, 한자어는 35% 수준으로,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결코 한자어가 중심을 이루지는 않는다.그런데 이런 사정은 말하지 않고, 게다가 숫자까지 부풀려서 한자어가 우리말의 중심이라고 학부모를 협박하는 건 옳지 않다.




** 위 글은 한겨레 훅에 연재하는 내용입니다.  http://hook.hani.co.kr/archives/50304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