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좋은 나라-37] 김영명 공동대표

 

 

* 아래 글은 1960년 4.19 당시 열여덟 살이던 한 여학생이 쓴 일기이다. 대한민국 사료집을 훑어보다 눈에 띄어 흥미로워서 여기 옮긴다. 맞춤법 틀린 것은 그대로 두었고 띄어쓰기는 조금 수정하였다. 원래 문단 나누기가 없었으나 읽기 편하게 나누었다.

 

어제께(18일) 학교에 갔을 때 아이들로부터 오늘 고대 학생들이 데모를 하였다고 하길래 나는 마음에 있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어머? 그래? 하고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내가 왜 집에 있었던가 하는 것이 후회가 되었다.


나도 나가서 데모를 할 걸... 이런 생각이 떠올랐으나 때는 이미 지나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인 고로 빨리 내일이 오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시간은 항상 지나가는 고로 오늘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왔으나 마음을 가라앉힐 길이 없었다. 나라에 움직임이 오죽하면 학업에만 열중하여야 할 젊은 청소년 학도들이 정치를 비판하고 데모까지 감행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통탄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4.19 아침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 오늘은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는 찰라 엊저녁 꿈을 꾼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아주 불쾌하다. 꿈의 내용이란 내가 어디를 갔다오는 길에 집에를 오려고 하였으나 서울 대학 앞에 뫃여 있던 깡패같은 무리들이 마악 달려 오더니 작대기, 돌, 도끼 등 벼라별 것을 다 가지고 시민들을 마구 구타하길래 나는 도망을 가 저 뒷골목으로 갈려고 하였으나 이미 이웃에도 대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실패하고 부상당한 사람들을 붇들고 왔다갔다 하다가 잠을 깨었는데 아침에 이 일을 생각하니까 안만해도 오늘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아침 9-10시경 영어 책을 보고 있는데 엄마가 사거리에 나가서 점심 찬을 사가지고 오시더니 오늘 이 앞으로 동성 학생들이 데모를 하고 지나갔다고 하시기에 나는 이 말을 듣자 마루로 뛰어 나오면서 언제 갔대? 하며 물으니 아까 갔다던데 하시기에 재차 또 어디로 갔냐고 물으니 동대문 쪽으로 갔다고 하여서 나는 무엇을 잃어버렸다 찾은 사람 같이 허둥지둥 옷을 입고 나서려 할 때 어디를 갈려고 나가는 거야? 심상치 않은 엄마의 목소리였다. 데모하는 데 갈려고 그래. 뭐? 데모! 죽고 싶어서? 하시는 엄마의 말씀이었다.


안만 나를 위하고 나를 걱정해주시는 말씀일지언정 나의 귀에는 거슬리었다. 누구나 자기가 죽을 때가 되면 죽는 것인지 가만히 않아있다가 천정에서 메주덩어리가 떨어져도 죽는 수도 있고 사람의 운명이란 따지고 보면 파리 목숨만도 (*여기서 페이지가 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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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