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39] 성기지 운영위원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은 흔히 “극심한 슬픔이나 절망 따위로 몹시 가슴이 아프고 괴롭다,”는 뜻의 관용구로 쓰인다. 그러다 보니, 이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의 뜻을 ‘가슴이 무너진다’ 정도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주로 자기 가슴을 쾅쾅 치면서 억장이 무너지고 천지가 캄캄하다고 표현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의 본디 뜻은 따로 있다. 오랫동안 공들여서 해 온 일이 아무 소용없이 돼 버려서 몹시 허무한 심정을 나타내는 우리말이 ‘억장이 무너진다’이다. 그래서 우리 할아버지들은 극심한 허탈감에 빠질 경우에 “억장이 무너진 것 같다.”고 말해 왔다. 이것은 슬픔이나 절망과는 다르지만, 가슴 아프고 괴롭기는 마찬가지이다.


‘억장’은 ‘억장지성’이란 한자말의 준말로 억 장 높이의 성을 뜻한다. 여기서의 ‘억’은 숫자 단위로 쓰이는 만의 만 배인 ‘억’이고, ‘장’은 길이를 재는 단위이다. 대개 1장은 열 자 정도를 말하는데, 한 자가 30센티미터 가량 되니까, 1장의 길이는 3미터 정도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억 장은 3미터의 1억 배가 된다. 따라서 ‘억장이 무너진다’고 하면 억 장이나 되는 높은 성이 무너질 정도의 엄청난 일이란 뜻이니, 사소한 일에 함부로 쓰는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이 표현마저도 부족할 만큼 아프고 괴롭다. 이 아픔은 과연 치유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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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