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소식지 471
2014년 5월 8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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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리아리 내리비치]

   ◆  [올바른 높임말] 사람을 제대로 높일 때 나도 존중받습니다.
   ◆  [우리말 이야기] 갈아탈까? 바꿔 탈까?_성기지 학술위원
   ◆  [우리나라 좋은 나라] 기억에 대하여_김영명 공동대표
   ◆  [이웃집 소식] (05/16)세종학당 국제 토론회-세종학당

* '내리비치'는 한글문화연대가 '차례'를 갈음하여 부르는 말입니다.

  ◆ [올바른 높임말] 사람을 제대로 높일 때 나도 존중받습니다.

■ 고객응대 25. 진료비는 삼천 원이세요.

어떤 할인점에 가보면 상품 안내 도우미들이 진열대 곳곳에서 손님들에게 여러 상품을 소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에게서, “이 제품이 이벤트 기간이기 때문에 훨씬 저렴하세요.”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사람을 높여야 하는데, 물건을 높인 경우이다.

또, 병원에서도 “아무개 님, 진료비는 삼천 원이세요.”와 같이 금액을 말하는 부분에까지 존대의 ‘-시-’를 사용하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제품이나 진료비는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이런 말씨는 문법에 어긋나는 지나친 존대 표현이다. 마찬가지로 판매원이 고객에게 “고장이 나시면 바꿔 드립니다.”고 하는 것도 물건에다 ‘-시-’를 붙이는 격이 되기 때문에 “고장이 나면 바꿔 드립니다.”로 말하는 것이 정확한 말법이다.

     
* 높임말은 사람을 존중하는 우리말의 아름다운 표현법입니다. 올바른 높임말 사용을 위해 한글문화연대가 만든 책자 "틀리기 쉬운 높임말 33가지"는
▶이곳에서 내려받아 볼 수 있습니다.

  ◆ [우리말 이야기] 갈아탈까? 바꿔 탈까?_성기지 학술위원

여행하다 보면 버스나 열차를 환승하게 되는데, 이를 우리말로 “갈아타다” 또는 “바꿔 타다”로 뒤섞어 쓰고 있다. 서울역에서 열차를 타고 안동에 가려면, 경부선 열차로 영천까지 가서 다른 열차로 옮겨 타야 한다. 이때에 “영천에서 열차를 바꿔 탔다.”와 “영천에서 열차를 갈아탔다.”라는 표현이 혼동돼서 쓰이고 있다. 이 경우에는 ‘바꿔 탔다’보다는 ‘갈아탔다’가 더욱 알맞은 표현이다.

‘환승’에 해당하는 우리말은 ‘갈아타다’이다. 다시 말하면, ‘갈아타다’는 자기 의도대로 탄 것인 데 비하여, ‘바꿔 타다’에는 자기 의도와는 달리 ‘잘못 타다’는 뜻이 보태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바꿔 탄다는 말에서 ‘갈아탄다’는 뜻이 다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잘못 탄다’는 뜻이 더 강하게 들어 있다.

가령, “서울역에서 4호선을 타야 하는데, 그만 1호선으로 바꿔 탔어.” 하면 그 차이를 뚜렷이 알 수 있다. 이때에 ‘갈아탔다’고 하지는 않는다. 지하철이나 일반 열차 편이나 버스 편이나, 다른 차량으로 옮겨 탈 때에, 본인의 의도대로 정상적으로 탔을 때에는 갈아탄 것이고, 본래 의도와는 달리 잘못 탔을 때에는 바꿔 탄 것으로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수 있겠다.

  ◆ [우리나라 좋은 나라] 기억에 대하여_김영명 공동대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지만 꼭 맞는 말도 아니다. 동시에 인간은 기억의 동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두 말 모두 아무 의미도 없는 것 같다.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는 것은 못된 기억은 사라지기도 해서 삶이 너무 힘겹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인간이 기억의 동물이라도 한 것은 그냥 내가 한 말인데, 일단 기억이 있으니 망각도 있지 않느냐 하는 만고의 진리 말씀이고, 동시에 아무 의미 없는 말씀이다.

오래 전 미국에서 유학할 때 여름 방학 한 달 동안 어떤 동료 유학생 하고 같이 지낸 적이 있었다. 귀국한 뒤 다른 동료 유학생 출신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가 그 학생 얘길 하는데, 나는 도무지 같이 산 기억이 안 나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귀국한 지 꽤 오래 지난 다음에 가까이 지내던 유학생 두엇을 만나기로 하였는데, 시간이 좀 남아 음식점 뜰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때 웬 여자가 나한테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왔다. 아, 이 놈의 인기란... 하는데, 그 여자는 나를 아주 잘 아는 듯이 행동하였다. 나는 누군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친하게 지내던 유학생의 부인이었다.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내 딸은 고등학교 시절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기야 하겠냐만 별로 생각나지 않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내가 동지를 하나 얻었는가 아니면 부전여전인가.

내 아들이 군대 가고 제대하고 외국 연수 가고 한 것을 연도별로 기억해 보려고 종이에 적어보기도 하였다. 밤 늦게 들어온다고 야단 친 것이 몇 살 때까지였는지 기억하려고 역시 종이에 정리해 본 적도 있었다. 정작 본인은 그런 따위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데...

그러다가 깨달았다. 이런 소소한 일상을 안 잊으려고 그에 대한 기억을 정리하려고 하는 짓이야말로 정신 건강상 백해무익한 일이라고... 과거 몇 년도에 무슨 일이 일어났고 그 이듬해에 다른 어떤 중요한 일이 있었는지 순서대로 알아서 도대체 무엇 하려는가? 하나의 강박 현상일 뿐이다.

그런데 사람은 어떤 것을 잘 기억하고 어떤 것을 잘 잊어버릴까? 물론 중요한 사건은 잘 기억하고 소소한 반복 일상은 잘 잊어버릴 것이다. 그런데 꼭 그렇지도 않는 것 같다. 어떤 일이나 이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데도 기억에 남아 있고, 어떤 일은 위 내 멍청한 망각처럼 꽤 비중 있는 일인데도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다.

고등학생이었던 내 처 조카가 자기 집에서 사기 잔에 물을 따라 먹던 모습이 심심하면 떠오른다. 내게는 아무런 중요성이 없다. 그 녀석과 친하지도 않았고, 그 모습이 특이하지도 않았고, 한 마디로 기억에 남을 일이 전혀 아니다. 그런데 왜 그 모습은 종종 떠오르고, 누구와 한 달 동안 같이 산 일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을까? 뇌 과학은 이에 대한 대답이 있을까?

너무 큰 충격을 받으면 그 사실 자체를 잊어먹기도 한단다. 인간의 자기 보호 본능일까? 나는 그런 충격을 받은 일이 없다. 그래서 중요도의 순서대로 기억과 망각의 대상이 일렬로 정렬해야 할 것 같은데, 내 골은 아마 그렇지 않은가 보다. 다른 사람의 골도 마찬가지리라.

개인의 기억 뿐 아니라 집단의 기억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것은 서해 페리호 참사와 대구 지하철 참사를 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너무 큰 충격이어서 우리는 기억을 아예 지워버렸을까? 그런 것은 아닐테고, 그냥 우리가 아직 한심한 수준이라 과거의 잘못을 잊어버린 게다.

어쨌든 기억과 망각의 구조는 질서정연하게 짜여진 것 같지 않다. 짜여진 구조는 있으되 제법 들쑥날쑥한 게 아닌가 한다. 전문가의 의견이 궁금하지만, 그 전문가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는 모르겠고, 이 일은 내일이면 잊어먹으리라. 그러다 언젠가 다시 불쑥 내 기억의 창을 뚫고 나오겠지.

  ◆ [이웃집 소식] (05/16)세종학당 국제 토론회-세종학당

세종학당재단이 오는 5월 16일,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세종학당으로 꽃 피우는 한글/한국어'를 주제로 토론회를 엽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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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