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좋은 나라-29] 김영명 공동대표

 

슬프다 사고 공화국. 생때같은 아이들이 어두운 바다 속에서 억울한 영혼이 되어버린 이 슬픈 일에 눈물이 안 날 수 없다. 다섯 살 여섯 살 아이보다 서른 살 마흔 살 어른보다 열일곱 아이, 스무 살 대학생 군인들의 죽음이 더 슬프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온 나라가 침통한 슬픔에 빠졌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대형 사고들이 끊임없이 일어날까? 이 나라가 과연 스마트폰 판매 세계 1위를 달리는 나라인가? 이 나라가 과연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의 칭송을 받는 나라인가? 이 나라가 과연 중국보다 일본보다 동계 올림픽 금메달을 더 많이 딴 나라인가?


그렇다. 그런 나라다. 그런데 왜 재난 사고에서는 이렇게 후진국일까? 무엇보다 경쟁과 성장과 가시적 성과만 숭상하는 (정몽준 아들의 표현대로) “미개한” 지도층 때문이다. 사람의 안전보다는 후손에게 물려줄 지구 보금자리보다는 당장의 이익과 성과에만 매달리는 시장주의, 결과 지상주의 때문이다. 안전과 환경보다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더 중요하다는 잘못된 사회 분위기 탓이다.


그래서 지하철 근무 인원을 줄이고 철도를 민영화하려고 하며, 규제를 사회의 암이라고 매도한다. 지하철 인원을 줄이면 지하철 사고가 나고 철도가 민영화 되면 철도 사고가 난다. 규제가 암이라고 하면 안전 불감증은 무슨 불치병일까?


성장보다 복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안전이다. 그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대충대충이고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관리 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 안전 관리 체계에는 돈이 들기 때문이고, 당장의 성과와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그 돈이 너무 아깝게 생각되기 때문이다. 후진국의 마음이다.


안전을 위한 규제는 강할수록 좋다. 규제가 강해야 우리 삶은 더 안전해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전 규제마저 암 덩어리로 생각하고 있을까? 있는 사람들은 자기 돈으로 겹겹의 안전망을 쌓으므로 정부 예산을 그런 데 쓰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들이 돈 버는 데 방해가 되므로 더더욱 원하지 않을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이런 저런 일을 해 보면 참 불필요한 규제가 많음을 실감한다. 꼭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 온갖 서류들을 관에서 요구한다. 이런 규제는 적을수록 좋다. 그러나 안전과 환경을 위한 규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길거리 간판 규제가 안 지켜지는 나라는 선진국에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이 못 된다.


해난 사고가 일어났는데 당국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기만 한다. 국가 관리 체계가 안 잡혀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성과 지상주의자들이 모르기 때문이다. 기업은 눈앞의 이익에만 사로잡혀 부정과 비리를 일삼고, 정부는 경제 효율성을 최선의 가치로 삼기 때문이다.


지켜야 할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이런 사고가 났는데도, 정부는 선박 운행의 규제를 대폭 줄이는 과정에 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억울한 목숨이 희생되어야 정신을 차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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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