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대 초에 주시경 선생께서 우리말 사전 편찬을 준비하면서 사전을 ‘말모이’라고 부르셨다. 뒷날 외솔 최현배 선생께선 이를 ‘말광’이라고 불렀다. 우리네 어린 시절까지는 이런저런 물건이나 연장, 곡식 따위를 보관하던 곳을 ‘광’이라고 불렀으니, 말을 보관하고 필요할 때는 꺼내 쓰느라 드나드는 곳이 바로 말광이다. 말모이가 당근이나 건초 따위를 뜻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내일 개봉하는 영화 <말모이>를 통해 일반 국민에게도 널리 알려질 터이다.

어제 <말모이> 시사회에 갔는데, 조선어학회의 조선어사전 편찬 작업과 일제의 탄압 등에서 뼈대를 이루는 역사적 사실들이 몹시 뒤틀려 있어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흥행이 될 재미 요소는 갖추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근대에 들어서 국어를 정립하려던 민간의 노력이 식민지 상황에서 펼쳐짐으로써 더 눈물겨울 수밖에 없던 시대적 아픔은 영화적 허구의 강도를 떠나 잘 다가오는 것 같다.


출연 배우 가운데 젊은 민진웅이 시사회 인사에서 “파이팅 대신 우리말 아리아리를 쓰자.”고 말해서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따. ‘말모이’라는 조어법이 널리 알려지는 일 또한 반갑다. 왜 국어사전을 만들어야 하는지, 국어 정비에 힘을 쏟는 까닭이 무언지 일반인 수준에서 품을 수 있는 의문을 적절한 눈높이에서 다룬 점도 좋았다.

조금 더 시간과 공을 들였더라면 훨씬 더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수도 있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도 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어떤 대목에서는 폭소를 터뜨리고 어떤 대목에서는 눈물을 쏟는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두루두루 볼 많한 영화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