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67] 성기지 운영위원

 

새해 들어 개봉되는 영화 가운데 ‘말모이’가 눈에 뜨인다. 일제강점기 아래에서 모진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조선말 사전을 만들어낸 조선어학회 어른들의 희생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그 암울한 시기에 우리말을 지켜내 독립의 기틀을 삼았음에도, 광복 70년이 훨씬 지난 아직까지 우리는 일본말을 오롯이 떨쳐내지 못하였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넓은 뜻으로 우리말이라고 하면, ‘하늘’, ‘땅’, ‘사람’과 같은 순 우리말과 ‘천지’, ‘인간’, ‘세상’과 같은 한자말을 포함하여 이른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한자말 가운데는 우리말 곧 우리식 한자말이 아닌 것들이 무척 많이 섞여 있다. 그 대부분은 일본말이다. 가령 “정부의 납득할 수 없는 인사”라는 기사에 쓰인 ‘납득’은 일본식 한자말이다. 이와 비슷한 우리식 한자말에 ‘이해’가 있다.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인사”라 하든지, 아니면 “정부의 알 수 없는 인사”처럼 우리말로 고쳐 써야 한다.


“범죄자의 신병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에서, ‘신병’이란 말도 본디 우리에게는 없는 일본말이다. 이 말은 ‘몸’이나 ‘일신’, ‘신상’, ‘신분’과 같은 우리식 한자말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인도’라는 말 역시 일본말을 한자음으로 읽은 것이다. 이 말은 ‘건네줌’, ‘넘겨줌’으로 순화해서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범죄자의 몸을 넘겨주도록 요구하고 있다.”로 고쳐 쓰는 것이 옳다. 우리말을 두고 일본말을 버릇처럼 쓰다보면, 일본말 잔재 청산은 더욱 더 먼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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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