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4] 성기지 운영위원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서민들의 공통적인 소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쓰이고 있는 종이돈 가운데 가장 큰돈이 오만 원짜리인데, ‘오만’이라는 숫자는 옛날 우리 선조들이 아주 큰 것을 가리킬 때 흔히 쓰던 말이다. 그래서 ‘매우 많은 수량’을 뜻하는 ‘오만’이라는 명사가 우리말에 따로 있을 정도이다. “오만 가지 생각을 한다.”고 하면, 사람이 할 수 있는 갖가지 생각을 다 한다는 뜻이다. 또, 수다스럽게 수없이 떠드는 소리를 ‘오만소리’라고도 한다. 이 ‘오만’을 순 우리말로 바꾸면 ‘닷골’이 된다. ‘닷’은 ‘다섯’의 준말이고, ‘골’은 ‘만’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골백번’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때 ‘골’은 ‘만’이기 때문에, ‘골백번’이라고 하면 만의 백 배 곧 백만 번이란 뜻이 된다. 그리고 만의 만 배인 ‘억’은 순 우리말로 ‘잘’이라고 한다.


이렇게 큰돈과는 반대로, 아주 적은 돈을 ‘땅돈’([땅똔]으로 소리냄)이라 한다. “내 주머니에는 땅돈 한 푼 없다.”고 말한다. 요즘에는 ‘땡전 한 푼 없다’고 하는데, 이때의 ‘땡전’은 ‘땅돈’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말에서는 몹시 작은 것을 표현할 때 ‘땅’을 붙이는 예가 더러 있는데, 키가 아주 작은 사람을 ‘땅꼬마’라 부르는 것도 그러한 사례이다. ‘땅돈’과 비슷한 말이 ‘푼돈’이다. ‘푼돈’의 반대말인 ‘목돈’은 ‘모갯돈’이라고도 하고 또는 ‘덩어리돈’이라고도 한다. ‘푼돈’은 ‘적은 액수로 나뉜 돈’을 말하기도 해서, “목돈으로 받아 푼돈으로 낸다.”와 같이 쓰기도 한다. 요즘에는 목돈을 푼돈으로 나누어서 다달이 치르는 것을 ‘월부금’이라고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우리말로 ‘달돈’([달똔]으로 소리냄)이라고 말했다. 또, 해마다 얼마씩 나누어 갚는 돈은 ‘햇돈’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햇돈’으로 갚기로 약속하고 집을 사거나 돈을 빌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돈에 관한 우리말 가운데, ‘웃돈’이나 ‘살돈’과 같은 말들도 있다. ‘웃돈’은 “본래의 값에 덧붙이는 돈”을 말하는데, ‘덧돈’과 같은 말이다. 슬그머니 들어와 자리잡고 있는 외국말 ‘프리미엄’은 ‘웃돈’이나 ‘덧돈’으로 순화해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하여 밑졌을 때에 본래의 밑천이 되었던 돈을 내 살과 같은 돈이라고 해서 ‘살돈’이라고 한다. “주식 투자를 해서 살돈을 축냈다.”처럼 쓴다. 돈에 관한 우리말 가운데 특히 재미있는 말이 ‘꾹돈’이다. 뇌물로 주는 돈을 “꾹 찔러주는 돈”이라는 뜻으로 ‘꾹돈’이라고 한다. 우리 토박이말들을 만나보면 그 말에 담긴 조상들의 생각과 문화를 느낄 수 있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