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접받고 싶다면 대접하라

 

* 이 글은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가 쓴 글로 동아일보 2014년 1월 1일 사회면에 실렸습니다.

(http://news.donga.com/3/all/20140101/59899651/1)

 

유럽의 축구장 안팎에서 난동을 일삼던 훌리건의 악명은 이제 차별주의자들에게 넘어갔다. 백인과 피부색이 다른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바뀐 현상이다. 훌리건만 해도 축구에 열정을 지닌 집단이었지만, 차별주의자들은 인종 차별에 대한 광적인 열정만 있을 뿐이다. 독단의 결과다.

 

우리 사회에서도 독단과 편견에서 비롯하는 증오 표현이 늘고 있다. 정치인의 막말, 인터넷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언어폭력, 청소년의 욕설, 상대를 절벽으로 몰아가는 방송의 날선 말. 그나마 국민의 알 권리를 차별할 위험이 높은 공공 분야에서 정부가 쉬운 공공언어 정책을 펴나가겠노라고 밝힌 점이 다행이랄까.

 

‘말 문화’ 문제가 나오면 어른들은 곧바로 청소년 욕설을 떠올린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청소년들이 추임새처럼 입에 달고 사는 욕설을 버스 안이나 거리에서 쉽게 들을 수 있어서다.

 

우리의 말이 거칠어지는 첫째 까닭은 모두가 옴짝달싹할 수 없는 경쟁 속에서 짜증이 나고,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일 것이다. 둘째로 대화 방식의 문제다.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로 무례하지 않은 비판과 토론을 이어 가며 생각의 덩어리를 키워야 하는데, 우리는 그 점에서 너무 서툴다. 대화 방법을 못 배워서 그렇기도 하고, 강한 사람처럼 보여야 유리하다는 생존 전략도 깔려 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자. 짜증 나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려면 배설만 해서 될 일은 아니다.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정치 과정에 참여해 제도와 법과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 정치는 직업 정치인들만의 몫이 아니다.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민주공화국은 남에게 제멋대로 지배당하지 않을 자유와 인간 존엄의 평등을 지키기 위해 민주적 절차와 제도를 이용해 시민이 스스로 지배하는 정치 공동체다. 시민의 정치 참여는 권리이자 더 나은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시민적 덕성이기도 하다. 인터넷 같은 공론장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 자체가 시민이 참여하는 정치일진대, 욕설과 온갖 딱지 붙이기, 모욕과 조롱이 난무한대서야 어디 누군들 그런 생활 정치에 발을 담그고 싶겠는가. 동등한 시민으로서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는 시민적 예의가 절실하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