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59] 성기지 운영위원

 

여름내 햇빛을 모아 꽃과 열매를 키워낸 잎들이 나뭇가지를 떠나 흙으로 돌아가고 있다. 낙엽을 밟는 이들의 옷차림은 점점 두꺼워만 가고,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찬 공기가 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계절이다. 날이 추워서 얼굴이 빨개졌다고 말할 때는 “뺨이 빨개졌다.”고 할 수도 있고, “볼이 빨개졌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볼’과 ‘뺨’은 가리키는 부위가 똑같지 않아서 상황에 따라 쓰임이 다를 때가 있다.


‘뺨’과 ‘볼’은 흔히 구분 없이 쓰이곤 한다. 그러나 ‘뺨’과 ‘볼’이 가리키는 신체 부위는 똑같지가 않기 때문에, ‘뺨’과 ‘볼’이라는 말의 쓰임도 차이를 보인다. ‘뺨’은 얼굴에서, 귀와 눈 사이의 관자놀이에서 턱까지 살이 제법 많이 있는 부위를 가리킨다. 가로로 보자면 귀와 코 사이의 얼굴 부분이 된다. 반면에 ‘볼’은 ‘뺨’을 대신해서 전체를 가리킬 때도 있지만, 대개는 그 뺨의 한가운데를 가리킨다. 즉 ‘볼’이 ‘뺨’보다 좀 더 좁은 부위를 가리키는 셈이다.


가령, “추위에 뺨이(/볼이) 빨개졌다.”라든지, “아기의 뺨에(/볼에) 입을 맞추었다.”고 할 때에는 의미 차이 없이 둘 다 쓸 수 있지만, “볼이 미어지게 빵을 먹고 있다.”고 할 때에는 ‘볼’만 가능하고 ‘뺨’은 쓰기가 어렵다. 이 경우에는 뺨 전체가 아니라 뺨의 한가운데만을 가리키기 때문에 ‘뺨’을 쓰면 어색한 것이다. 또, “노인의 볼이 축 처져 있다.”고 할 때에는 뺨 가운데 부분의 다소 두툼한 살집을 가리켜 볼이라고 하기 때문에, 이때에도 ‘볼’은 자연스럽지만 ‘뺨’은 어색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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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