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이, 어머니께 송편 좀 갖다 드려요
-남북한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친족어-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5기 하성민 기자
anna8969@naver.com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이 지나가고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가을이 성큼 찾아왔다.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하다. 지난 9월은 서로 바빠 자주 만나지 못하던 가족들이 명절을 핑계로 한자리에 모여 맛있는 음식도 먹고 쌓인 이야기들을 풀 수 있는 정다운 달이었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어린아이나 외국인이 추석을 맞이해 온 가족이 모인 장면을 본다면 왜 같은 사람을 다 다르게 부르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나에게는 엄마이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는 ‘며느리’이고, 큰엄마에게는 ‘동서’이며 큰아빠에게는 ‘제수씨’이며 사촌에게는 ‘작은 엄마’ 고종사촌에게는 ‘외숙모’ 이종사촌에게는 ‘이모’로 불리기 때문이다.

 

한국어가 다른 언어와 비교할 때 친족어가 다양한 편이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영어와 한국어를 비교해 보더라도 형, 동생(아우) 혹은 백부(큰아버지), 숙부(작은아버지)와 같이 나이를 기준으로 명칭이 달라지는 한국어와 달리 영어 “brother”은 나이 기준이 없다. 또한 결혼을 통해 맺어진 친척인 인척과 혈연관계로 맺어진 혈족을 구별하는 한국어로는 삼촌, 외삼촌이라고 구분되어 쓰이는데, 영어로는 “uncle” 하나로 통일된다.

 

부모님의 형제자매와 그 가족을 부르는 명칭을 생각하면 아버지를 기준으로 아버지의 형님인 큰아버지, 큰아버지의 아내인 큰어머니,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의 자녀인 사촌이 있고, 아버지의 여자 형제인 고모와 고모의 남편인 고모부, 그리고 고모와 고모부 사이에서 태어난 고종사촌이 있다. 한편 외가에 가면 어머니의 여자 형제인 이모와 이모의 남편인 이모부,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이종사촌이 있으며 어머니의 남자 형제인 외삼촌이 이룬 가족은 외숙모, 외사촌이 있다. 그런데 결혼을 해서 배우자의 가족을 기준으로 또 다른 관계가 형성되면 아주버님, 도련님/서방님, 형님, 아가씨 혹은 형님, 처남, 처형, 처제 등 시가인지 처가인지에 따라 또 다양한 친족어를 쓰게 된다.

 

한국의 친족어 너무 어려워요.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물어봤을 때 한국어를 배울 때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복잡한 친족어라고 답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여태껏 한국어를 써온 우리야 이런 친족어가 익숙하지만, 가끔 먼 친척 어른을 뵙는 자리에서 적합한 호칭을 몰라 머뭇거렸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특히 한 마을에 온 가족이 모여 살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서로 떨어져 살아서 만나기가 쉽지 않고 가까운 친척끼리도 왕래가 드문 가정이 많다. 자연히 친족 호칭어를 쓸 일도 잘 없고 따라서 명절을 앞두고는 ‘바른 친족어 명칭’ ‘시댁 식구 호칭’ 등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국어는 왜 이렇게 친족어가 발달한 것일까?
 
한국은 예로부터 예절을 중시했는데 이러한 문화가 관계를 나타내는 명칭과 상대를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에도 적용되었다. 어머니와 아버지 각각의 부모님과 형제, 그리고 그들이 이룬 가족으로 이루어진 ‘친척’은 가까우면서도 공경해야 하는 관계이기에 예를 갖추어 제대로 된 호칭으로 불러야 해서다.

 

한국에 친족어가 복잡하게 발달하게 된 배경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양한 음성상징어나 색채어뿐만 아니라 복잡한 친족어는 다른 언어와 차별되는 한국어의 특징이다. 그렇다면 언어체제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 북한에서도 우리와 같은 친족어를 사용할까?


남한과 북한의 친족어, 비슷하면서도 달라

 

결과부터 말하면 남북한은 친족 용어의 사용에 있어 차이가 있다. 본래 분단 이전에 사용하던 친족 용어가 친족 간의 관계나 행위 변화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또한, 남북한 간의 사회 체제의 차이와 그와 관련된 언어 정책의 차이 역시 친족 용어에 영향을 미쳤다.  북한의 <우리말 례절법>에 따르면, 남한에서는 주로 친부모님에게만 사용하는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호칭을 북한 언어 규범에서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에게도 사용하며 그것이 자연스럽다. 시어머님에게는 ‘어머니’, ‘어머님’을 함께 사용하는 데 비해 예의와 격식을 더 갖추어 시부모에게는(특히 시아버지에게) 친부모와는 같은 호칭을 쓰지 않는 남한과는 다르다.

 

한편 처부모와 사위라는 관계에서 쓰이는 호칭 역시 남한과 북한의 차이가 있다. 남한의 언어 규범에서는 처부모를 ‘장인어른’과 ‘장모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원칙이며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허용이 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시부모와 며느리 사이의 호칭과 같이 처부모를 ‘아버지’ ‘어머니’라고는 잘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의 규범서 <우리 생활과 언어> <언어 생활론>에 따르면 북한의 일부 지방에서는 장인, 장모에게 ‘아버지’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도 허용된다. 이러한 양상은 북한이 남한과 비교 혈족과 인척을 구분하는 전통적 규범에서 더 자유로움을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처부모가 사위를 부르는 말 또한 남한과 북한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남한에서는 처부모가 사위를 ‘O서방, OO(외손주 이름)아범/아비, 자네, 여보게’와 같이 부른다. 특히 이 중에서도 ‘O서방’이라는 명칭을 많이 사용하는데 북한에서는 이 명칭을 남편을 지칭할 때에만 사용한다. ‘O서방’이라는 명칭이 신분제가 있던 과거 봉건사회에서 주로 신분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을 부를 때 사용했기에 이를 봉건 사회의 부정적 잔재로 여겨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는 해석이 있다. 대신 북한에서는 처부모가 사위를 ‘이 사람’ ‘자네’ ‘임자’ ‘OO애비’와 같은 말로 부른다고 한다.
한편 남동생의 아내를 ‘제수씨’ ‘계수씨’라고 부르는 남한과는 달리 북한에서는 ‘아주머니, 제수님, 제수’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북한에서도 ‘제수씨’ ‘계수씨’라는 말을 썼다는 기록이 있으나 ‘씨’가 내포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반인민적 성격을 대신해 ‘님’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해석이 있다. 
오빠의 아내에 대해서는 어떨까? 남한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오빠의 아내를 ‘새언니’ 혹은 ‘언니’, ‘올케’라고 부른다. 한편 북한에서는 오빠의 아내를 ‘형님’이라고 부르며 올케의 방언인 ‘오레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남동생의 아내를 ‘올케’라고 부르는 남한과는 달리 북한에서는 ‘오레미’ ‘올케’ 혹은 ‘OO(자녀 이름) 엄마’라고도 부른다. 타인을 부르는 느낌을 주어 남한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OO엄마’라는 명칭을 올케를 부르는 데 사용한다는 점이 남한과는 차이가 있다. 이외에도 언니의 남편에게 ‘형부’라고 부르는 남한과 달리 북한의 ‘형부님’ ‘아저씨’라는 호칭은 남한에서는 생소하다.

남편의 아우가 미혼일 때는 ‘도련님’, 기혼일 때는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남한과는 다르게 북한은 신분제 사회일 때 사용되었던 이러한 명칭 대신 ‘OO삼촌’ ‘삼촌’ 혹은 ‘적은이’라고 쓴다. 남편의 여자 형제에 대해서 남한에서는 남편의 누나를 ‘형님’이라고 부르고 북한은 ‘형님’이라는 명칭과 함께 손위 시누이와 손아래 시누이 구별 없이 ‘누이’라 부르기도 한다. 남편의 여동생에게 ‘아기씨’ ‘애기씨’라고 부르는 것과 달리 이러한 명칭 역시 봉건 사회의 잔재로 여기고 북한에서는 대신 ‘동생’ 혹은 ‘누이’라고 부른다.
부모님의 형제자매에 대해서 부르는 명칭 또한 차이가 있다. 남한의 규범에서는 아버지의 형에게 ‘큰아버지’, ‘큰아버님’이라고 부른다. 북한의 <언어 생활론>에 따르면 큰아버지와 큰아버님 외에도 ‘백부’, ‘백부님’이라고도 부르는데 남한에서는 이를 대상을 가리키는 지칭어로 주로 쓰지만, 북한에서는 대상을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어로 쓴다는 점이 다르다. 큰아버지의 아내인 큰어머니에 대해서 ‘큰어머니’ ‘큰어머님’은 북한에서도 사용하는데 <언어 생활론>에 따르면 이모에게 ‘큰어머니’ 외숙모에게 ‘큰어머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남한에서는 아버지의 남동생에게 ‘작은아버지’ ‘아저씨’ ‘삼촌’이라는 명칭을 쓰며 북한에서는 이외에도 ‘숙부’ ‘숙부님’ ‘삼촌아버지’ ‘삼촌아버님’등을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작은아버지의 아내인 작은어머니에게는 ‘작은어머니’ ‘작은어머님’ 외에도 ‘숙모’ ‘숙모님’ ‘삼촌어머니’라고 호칭을 사용한다.

남한 아내와 북한 남편이 함께 쓸 친족 호칭어
남한과 북한의 어휘 차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있지만, 친족 호칭어의 차이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함께 사용하는 호칭어도 많지만, 남한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호칭어가 북한에서는 사용된다거나, 남한에서 빈번하게 쓰는 호칭어 중에 과거 봉건제 사회의 부정적인 의미가 담겼다는 이유로 북한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호칭어들도 꽤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 평양에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며 평화와 함께 다가올 미래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뜨겁다. 남북이 통일된다면 남한에서 자란 남자(여자)와 북한에서 자란 여자(남자)가 가정을 이루는 일이 일상화될 것이다. 자라온 환경과 받은 교육, 사용해 온 언어 역시 다르기에 새롭게 다가올 미래를 반갑게 맞이하기 위해서 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언어의 차이에 대해 미리 관심을 가지고 합의하는 움직임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문헌,
양수경.(2016). 남북한 친족 호칭어 비교 연구. 화법연구, 32.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