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54] 성기지 운영위원

 

경상도 지역에서는 여자아이를 낮추어 부를 때 ‘가시나’라고 말한다. 이 말의 표준말은 ‘계집아이’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가시나’는 방언으로 밀려나 있다. 그러나 우리말의 나이를 따져보면, ‘계집아이’보다 ‘가시나’가 훨씬 오래 전부터 쓰이고 있는 말이다. 다만, 지금처럼 여자아이를 낮춰 부르던 말은 아니었다.


‘가시나’의 ‘가시’는 꽃을, ‘나’는 무리를 뜻하는 우리 옛말이다. ‘나’의 형태는 오늘날 ‘네’로 바뀌어서, 여전히 어떤 말 뒤에 붙어서 ‘그 사람이 속한 무리’라는 뜻을 보태주는 접미사로 쓰이고 있다. 가령 ‘철수네 집’이라고 하면, 철수와 그 가족이 사는 집을 말하게 된다. 곧 옛말 ‘가시나’는 ‘꽃의 무리’라는 뜻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신라에서는 어여쁜 처녀들을 뽑아 각종 기예를 익히게 하던 조직이 있었는데, 그 모임의 이름을 꽃의 무리라는 뜻으로 ‘가시나’라 불렀다고 한다. 이를 당시 유행하던 이두 표기에 따라 ‘가시’ 곧 꽃은 ‘花’로 적고, 무리를 뜻하는 ‘나’는 음이 비슷한 한자인 ‘郞’으로 음차해서 적었다는 것이다. ‘郞’이 비록 사내라는 뜻을 가진 한자이지만, 우리말 ‘나’를 음차해서 이두로 적은 것이라는 학설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보면, ‘가시나’는 여자아이를 낮춘 말이 아니라, 오히려 미모와 재주가 뛰어난 소녀들의 무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국사학자들은 이 ‘가시나’ 곧 ‘화랑(花郞)’이 나중에 국가의 인재를 등용하기 위한 주요 기관으로 강화되면서 소년들 중심의 조직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 이전의 소녀들의 단체를 원래의 화랑이란 뜻으로 ‘원화’라 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화랑은 그 뒤에 생긴 소년들의 단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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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