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를 뒤섞은 ‘한국’ 신문, 이래도 되나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5기 박다영 기자
ghj38070@nate.com


  ‘특사단, 김정은 만나 '經協 친서' 전달’ 9월 6일 조선일보 1면에 실린 기사 중 하나의 제목이다. 한글로 풀어 쓰면 ‘특사단, 김정은 만나 '경제협력 친서' 전달’이다. 그러나 풀어쓰기 전의 제목을 본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經協’이 무엇을 뜻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없다. 한글이 아닌 어려운 한자가 쓰였기 때문이다.

 

  ‘經協’의 ‘지날 경/글 경(經)’과 ‘화합할 협(協)’의 난이도는 둘 다 한자 급수 읽기 4급의 2(II), 쓰기 3급의 2(II)이다. 8급부터 시작하는 한자 급수에서 읽기로는 7단계, 쓰기로는 9단계나 높아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매우 어려운 한자다. 같은 날 동아일보에서는 조선일보에서 사용한 것보다 쉽지만 ‘親李(친박)’,‘全大(전대)’ 같은 한자를 썼다.

 

한글로 쓰면 뜻을 알 수 없을까?


비슷한 내용을 다룬 기사를 보자. 9월 18일 평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를 다룬 조선일보 기사에선 한자 ‘씨 핵(核)’을 썼고, 한겨레신문 기사에선 한글인 ‘핵’을 사용했다. 문재인 대통령 간담회를 다룬 동아일보 기사와 경향신문 기사도 마찬가지다. 9월 14일 동아일보 기사에는 한자인 ‘씨 핵(核)’이 쓰였고, 9월 13일 경향신문 기사에선 한글인 ‘핵’이 쓰였다. 이 예만 봐도 한글로만 이뤄진 기사가 더 읽기 수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자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경향신문, 한겨레신문과 달리 여전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한자를 한글과 함께 쓰고 있어 일부 독자는 어려움을 겪는다.


한글을 써야 누구나 쉽게 기사를 읽을 수 있어

 

  한자가 섞인 기사를 봤을 때 한자를 잘 모르는 독자는 한자 해석을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쉬운 한자라 하더라도 한글을 썼을 때보다 뜻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 특히, 어려운 한자일 경우 사전을 찾거나, 검색해야 한다. 물론 한글로 된 어려운 단어도 검색이 필요하지만, 이 경우 키보드가 한글로 돼 있어 찾기 편리하다. 반면, 한자는 전화기 입력 화면에 직접 한자를 써야 그 뜻과 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스마트폰 이용자가 아니라면 찾는 데 더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다면, 한자를 잘 아는 독자는 쉽게 기사를 읽을 수 있을까. 그것 또한 아니다. ‘經協’을 보자. 뒤에 쓰인 화합할 협(協)에서 뭔가 협력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으나, 앞에 있는 ‘지날 경/글 경(經)’에서는 무엇을 협력하는지 알 수 없다. 결국, 한자에 익숙한 사람, 한자를 잘 아는 사람 누구도 모든 국한문혼용 기사를 쉽게 읽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상식이 풍부하거나 그 분야를 잘 알고 있는 사람만이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한자 없이 한글로만 써도 쉽게 뜻을 안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의 책 ‘한자신기루’도 이를 잘 설명한다.

 

  훗카이도에서 발생한 지진을 다룬 기사를 비교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조선일보에선 강할 강(強), 우레 진(震)을 사용했다. ‘強震’은 진도 5가 넘는 강한 지진을 뜻한다. 앞에 쓰인 강할 강(強)에서 어떤 것이 강하다는 뜻임을 유추할 수 있지만, 뒤에 쓰인 우레 진(震)에선 그 뜻을 알기 어렵다. 심지어 ‘강한 천둥’으로 잘못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한자를 알아도 제대로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기사 제목 앞부분에 ‘진도7’이라는 근거가 없었다면 해석하기 더 어려워진다. 그러나 한글로 ‘강진’을 쓰면 한글을 사용하는 누구나 쉽게 기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언론은 모든 사람에게 쉽고, 평등하게 다가가야 한다. 국한문혼용 때문에 누군가는 어렵고, 불평등하다고 느낀다면 언론은 이를 바꾸어야 한다. 하물며 한글전용의 시대에 한글 사용자를 주 독자층으로 가진 ‘한국’ 신문이 한자를 잘 알지 못하는 대다수 독자를 배제한다면 이는 문제라 할 수 있다. 물론 한글 사용자가 대부분인 상황에 일부 소수만이 친숙한 국한문혼용의 언론은 어쩌면 소수를 위한 언론사로 역할을 옮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