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배운 속담 속에도 여성 혐오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5기 최지혜 기자
jihye0852@naver.com


 지금 우리 사회는 혐오가 넘쳐나는 사회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판을 치고 있다. 혐오는 사람의 행위가 아니라, 사람의 존재 자체에 대한 감정이고, 특히나 사회적 약자에게 향하는 감정이라는 점에서 비윤리적이다. 자기보다 취약한 대상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폭력을 가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배우지만, 그 실천이 어려운 듯하다. 취약한 이들에 대한 혐오는 보통 혐오표현을 통해 드러난다. 도서 《말이 칼이 될 때》에서는 혐오표현을 ‘소수자에 대한 편견 또는 차별을 확산시키거나 조장하는 행위 또는 어떤 개인, 집단에 대해 그들이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멸시·모욕·위협하거나 그들에 대한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이라고 정의하였다.

 다양한 혐오 유형 중 ‘여성 혐오’에 관한 혐오표현을 살펴보고자 하는데, 여성 혐오가 잘 드러난 혐오표현의 예시로 속담을 꼽을 수 있겠다. ‘속담’이란 ‘예로부터 민간에 전하여 오는 쉬운 격언이나 잠언’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오랜 시간 유교적 가부장제 질서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속담에도 그러한 이념이 알게 모르게 심어져 있다. 말의 힘은 강하다. 특정 소수자 집단을 차별하고, 그들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문구가 사회 속 개인에게 심어졌을 때, 그 문구는 그 개인이 혐오와 차별을 쉽게 내재화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높다. 살펴볼 여성혐오적 속담은 사회적으로 비교적 약자라고 볼 수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다름없다. 이는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고, 따라서 이 또한 혐오표현이다. 다양한 여성혐오적 속담을 유형별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 여성의 위치를 가정 안으로만 설정하는 유형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활동영역을 가정 내로 제한하고, 여성의 사회적 활동은 정상적인 사회 규범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인식했다. 이러한 인식에 따른 우리나라의 성별 분업에 관한 사고방식은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나아가 교육적 지위 측면에서도 여성을 불리한 위치에 놓았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남성이 중심이 되는 유교적 가부장 질서 속에서 여성은 오로지 가사에만 집중해야 한다. 수탉은 새벽이 밝았음을 알리며 우는 존재로, 가족 구성원들에게 이런저런 명령을 내리고 집안을 좌지우지하는 남성을 의미한다. 그런데 암탉이 상징하는 여성이 울면, 즉 집안을 이끌어 가면 그 집안은 망한다는 의미이다.

 

 ‘여편네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
 뒤웅박의 끈이 떨어지면 어찌할 도리가 없듯이, 여자의 운명은 남편에게 매인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여자는 많은 사회적 활동의 기회가 차단되고, 여자의 인생을 남편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계집은 밖으로 돌면 못 쓰고, 그릇은 밖으로 돌리면 깨진다.’
 여성의 활동을 집안의 영역에 제한하려는 저의가 깔려 있다. 여성은 집안에만 머물러 있어야 하지 집 밖으로 나돌아서는 안 된다는 가부장제 이념을 담고 있다.


 ▲ 남아선호사상과 여아에 대한 차별을 드러내는 유형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강하게 작용해온 압박 중 하나는, 남자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압박이었다. 남자아이를 낳아 남편 가문의 대를 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남자아이를 낳지 못하면 시댁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고, 여자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집안에서 차별을 겪으며 자랐다.

 

 ‘첫아들을 나면 평양 감사도 돌아본다.’
 남자아이를 낳을 것을 기대하고, 강요하던 사회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속담이다. 우리 사회에서 남성 혹은 여성이라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지위가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준다.
 
 ‘계집아이를 낳으면 두 번 운다.’
 여자아이를 낳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선조들의 아픔을 알 수 있다. 아들을 출산한 여성만이 ‘아들의 어머니’로서 가부장제 안에서 자격을 갖춘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음을 드러낸 말이다. 남아선호사상이 지배적이었던 사회에서 여성이 가족에 적합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아들을 출산하는 방법이 강력한 방법이었음을 알 수 있다.


 ▲ 여성에 대한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유형

 

 우리 사회는 아직도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의 책임을 피해 여성에게 묻는 분위기이다. 전통적 가부장제 사회 구조 속에서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로, 폭력을 통해 길들이고 억압해야 하는 비인격적인 대상에 그쳤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속담들이 있다.

 

 ‘여자는 사흘을 안 때리면 여우가 된다.’
 여자는 간사한 짓을 부리기 쉽다는 말이다. 여자가 ‘여우’가 되지 않기 위해서, 남편에게 길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매를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을 향한 폭력을 정당화, 합리화하려는 의도가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여자와 북어는 사흘에 한 번씩 패야 제 맛이다.’
 가정 내에서 여성을 때림으로써 북어를 길들이듯 길들인다는 인식이 드러난다. 위 속담과 마찬가지로 여성이 길들어지려면 매를 맞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반 여성을 인격을 지닌, 이성적인 판단이나 사고가 가능한 존재라고 생각지 않았던 사회상이 드러난다.


 ▲ 남성만의 성본능을 인정하는 유형

 

 여성과 달리 남성의 성은 본능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 강력한 본능을 제재하기란 힘든 것이라는 인식을 담은 속담들이 있다. 이러한 속담들은 남성의 외도나 성폭력, 성매매의 충동 등이 어느 정도 당연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그것들이 용인될 만한 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계집은 남의 계집이 더 예뻐 보이고, 자식은 제 자식이 더 귀여워 보인다.’
 남의 여자를 넘겨다보며 자기 아내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는 실없는 남자의 마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남성의 외도를 실없는 마음 정도로 받아주는 사회적 분위기를 충분히 잘 알 수 있겠다.

 

 ‘술은 장모가 따라도 여자가 따라야 제맛이 난다.’
 아내의 어머니가 술을 따르더라도 여자가 술을 줘야 술이 맛있다는 뜻이다. 아내가 있다는 전제가 주어져 있음에도 여자가 술을 따라줘야 술맛이 제대로 난다는, 남성의 '강력한 성본능 혹은 성충동'이 정당성을 얻게 해주는 속담이다.


 ▲ 여성을 대상화하고 비하, 모욕하는 유형

 

 여성의 인격, 능력 등의 요소에는 가치를 전혀 두지 않고, 여성의 외적인 요소나 나이 등에 관련하여 여성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상품화하는 속담들이 있다.
 
 ‘계집이 늙으면 여우가 된다.’
 여자는 나이를 먹을수록 요망스러워진다는 말이다. 여성의 나이만으로 여성의 가치를 폄훼한 속담이다.

 

 ‘여자는 인물이 밑천이다.’
 여자는 인물이 잘 나야 대접을 받게 됨을 빗대는 말로, 여성을 외적인 면모만으로 평가가 가능한 존재로 대상화, 타자화한 속담이다.


 여성의 위치를 가정 안으로만 설정하는 유형, 남아선호사상과 여아에 대한 차별을 드러내는 유형, 여성에 대한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유형, 여성과 다른 남성만의 성본능을 인정하는 유형, 여성을 대상화하고 비하, 모욕하는 유형 등 다섯 유형으로 나누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내용을 담은 속담들을 살펴보았다.

 지금과 같은 사회적 상황 속에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사회적 약자,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공감과 그들과의 연대를 위한 노력이다.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내뱉곤 하는 혐오표현을 경계해야 한다. 약자에 대한 혐오는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스로 혐오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 비판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차별과 혐오를 인식하고, 바꾸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성 혐오를 통해서 여성 혐오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혐오표현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