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50] 성기지 운영위원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지긋지긋한 무더위도 자연의 큰 걸음에는 버틸 재간이 없었나 보다. 어느덧 한밤중에는 창문을 닫고 자야 할 만큼 서늘해졌다. 오랜만에 마주한, 여름을 견디어 낸 벗들은 마치 훈장을 단 것처럼 목덜미와 팔뚝이 그을어 있다. 이때 ‘그을렸다’를 가끔 ‘그슬렸다’라 말하기도 하는데 ‘그을다’와 ‘그슬다’는 뜻이 다른 낱말이다.

 

한여름 햇볕에 피부를 살짝 태운 모습을 나타내는 말은 ‘그슬리다’가 아니라 ‘그을리다’이다. 알맞게 햇볕이나 연기 등에 오래 쬐면 빛이 검게 되는데, 그런 상태를 ‘그을다’, ‘그을었다’고 한다. ‘그을리다’는 이 ‘그을다’의 피동형이면서 또한 사동형(그을게 하다)이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도, 연기에 그을린 굴뚝도 새까맣게 된다. 이와는 달리, ‘그슬다’는 “불에 겉만 조금 태우다”는 뜻이다. ‘그슬리다’는 이 ‘그슬다’의 피동형이면서 사동형이다. 햇볕에 살갗이 검어지면 ‘그을리다’이고, 사람의 머리카락이나 짐승의 털이 불에 약간 타면 ‘그슬리다’이다.

 

이처럼 그 모습과 뜻이 비슷하여 헷갈리는 낱말 가운데 ‘모사’와 ‘묘사’도 있다. ‘모사’는 대상을 흉내 내어 그대로 표현하는 일이다. 따라서 남의 그림을 똑같이 베껴 그리는 것도 모사이고, 남의 목소리나 동물의 소리를 흉내 내는 일은 성대모사다. 이와는 달리, ‘묘사’는 대상이나 현상을 언어로 서술하거나 그림으로 나타내는 일이다. ‘심리 묘사’라든지, ‘생생한 현장 묘사’처럼 사용한다. 말하자면, 모사는 ‘똑같이 흉내 내기’이고, 묘사는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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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