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48] 성기지 운영위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기회 있을 때마다 “앞으로 비리공무원은 금액ㆍ지위에 관계없이 퇴출당하고, 이후에도 공직에 취업하는 것이 제한된다.”고 밝히고 있다. 뇌물 수수를 엄하게 금지하는 조치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수십 년 동안 같은 말을 반복한다는 것은 이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이때 ‘비리공무원’은 알맞게 쓰인 표현이 아니다.


 

‘비리’는 “옳지 않은 일”을 뜻하는 말이다. “비리를 보고 따끔하게 꾸짖었다.”처럼 쓸 수 있지만, ‘비리’라고 해서 모두 법적으로 처벌 받을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법에 어긋나는 일”을 뜻하는, ‘비위’라는 말이 따로 있다. 이 ‘비위’를 써야 할 자리에까지도 모두 ‘비리’를 쓰는 경향이 있는데, 앞에서도 ‘비리공무원’보다는 ‘비위공무원’이 더 알맞은 표현이다. 공무원이 뇌물을 받는 것은 그저 ‘옳지 않은 일’이라기보다는 ‘범법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슷한 뜻을 가진 말을 잘 가려 쓰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내빈’, ‘외빈’처럼 굳이 함께 쓰지 않아도 될 말을 나란히 쓰고 있는 사례도 있다. 이때의 ‘내’는 ‘올 래’(來) 자이지 ‘안 내’(內) 자가 아니다. 공식적인 자리에 초대 받아 온 손님은 모두 ‘내빈’이다. 외부에서 온 손님이나 외국에서 온 손님들도 모두 ‘내빈’이다. 굳이 ‘외빈’이라는 말을 함께 쓸 필요가 없다. ‘내빈’이라고만 하면 행사장이나 식장에 온 모든 손님을 두루 일컫는 말이 되므로 ‘내외빈’이라는 말 또한 바르지 않다. 사회자는 행사장에 온 손님들을 향해 “내빈 여러분”이라고만 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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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