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에서 돋아난 평화의 씨앗, ‘같은 말’ 준비할 때다
- [인터뷰] 김슬옹 언어학자에게 통일 후를 책임질 언어통일을 묻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5기 강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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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을 잇는 가장 강력한 끈은 언어예요. 회담장 배경인 세종어제 훈민정음은 평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두 정상의 믿음과 간절한 염원을 담은 것입니다.”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의 통역도, 수행원도, 취재진도 없는 ‘도보다리 단독 회담’은 우리 민족의 얼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멀게만 느꼈던 북과 같은 뿌리의 언어를 가졌음을 다시금 인지한 것이다. 그러나 70년의 분단 비극 속에서 남북의 언어와 문화는 적잖게 변화했다. 지난 2월 청와대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만났을 때, 오징어와 낙지가 정반대임을 언급하며 언어의 통일 필요성을 말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갑오징어를 오징어로 오징어를 낙지로 부른다. 이에 언어통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남과 북 ‘오징어’와 ‘낙지’. 출처: 세계일보

 

훈민정음학과 국어교육학 박사이자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인 ‘김슬옹’. 그는 한글혁명, 웃는 한글 등을 펴내고 대학생 때부터 지속적으로 한글운동을 벌이며 써클이란 단어를 동아리로 바꾼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에게 언어통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상회담장 병풍으로 훈민정음을 재해석한 김중만 작가의 사진작품이 활용된 것에 주목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면 훈민정음의 목적은 모든 사람에 대한 교화와 소통이 목적이라고 나옵니다. 이어 그것의 핵심 정신은 사람과 문자와 자연을 아우르는 문자 보편주의입니다. 이러한 정신을 가진 훈민정음은 남북을 하나로 묶고 더불어 세계로 뻗어 나가는 힘이 될 것입니다.”


-분단 비극으로 두 곳의 말이 어떤 괴리를 겪고 있나요?

▲ 2018 남북정상회담의 회담장 모습  출처: 청와대 사진자료

 

“기역(남), 기윽(북)과 같은 기본 문자 명칭의 차이와 ‘어버이, 인민, 동무’ 등과 같은 기본 어휘들이 이데올로기 차이 때문에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는 게 많아요. ‘한말글’과 같은 총칭어의 존재가 시급합니다.”

덧붙여 총칭어 ‘한말글’을 묻는 질문에 그는 그의 저서 한글혁명을 펼쳐 보여주었다. “분단 비극은 우리 말글 이름까지도 갈라놓았어요. 북한 학자들은 ‘한글’을 남한 쪽의 용어로 인식하고 있어요. 사석에서는 그 용어를 쓰면 반동으로 몰린다고 까지 해요.”라며 “한말과 한글을 합친 한말글을 우리말 총칭어로 제안”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가 가리킨 책에는 한국의 입말과 글말을 함께 가리키는 ‘한말글’이 총칭어로 적합한 이유가 실려 있었다. 다양성과 역사성, 입말과 글말의 통합성, 남북/북남 공동체의 이상성이었다.


-그렇다면 남북 언어 차이는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시나요?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지요. 서로의 긍정 요소를 수용하거나 병행하면 됩니다. 북한이 순우리말 보존을 잘했으니 그런 건 남한이 배우고 대중화된 전문 용어는 북한이 수용해 주는 식으로요. 전라도말과 경상도말을 같게 할 수 없는 것처럼 이질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덧붙여 그는 “남과 북의 언어 차이가 심해도 한국의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의 언어 차이보다 심할까요?”라고 여유 있는 농담을 던지며 “다르다는 것을 심각하게 볼 것이 아니라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언어통일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의미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는데, 언어통일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사전을 통해 서로 어떤 말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조사해야 하고 한글 자모음 명칭 등 쉬운 것부터 통일해야 합니다. 1527년 자음 명칭을 비슷한 한자로 적다 보니 예외적인 명칭으로 굳어진 ‘기역, 디귿, 시옷’을 북한의 ‘기윽, 디읃, 시읏’으로 바꾸는 것처럼요. 남북이 같은 문자를 사용하고 있으면서 명칭조차 통일하지 못한다면 단일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으로서 몹시 부끄러운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언어가 통일에 중요한 이유와 앞으로 헤쳐갈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언어 자체가 문화입니다. 동시에 언어는 다양한 문화를 엮어주고 문화답게 보이게 하고 공유해주는 구실을 합니다. 즉 언어는 문화를 이루고 문화는 정신문화의 통일이지요. 경제적 효용 가치나 소통 화합을 촉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님을 체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주어질 것들은 어렵지 않습니다. 평소 차이를 존중하는 배려의 언어가 몸에 배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는 온전한 문화 통일을 끌어냅니다.”

70년 간의 소통하지 못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는 같은 뿌리인 우리말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통일을 마주한 우리는 ‘이질성’을 동시에 맞닥뜨렸다. 그가 인터뷰 내내 ‘다름’, ‘인정’, ‘이해’라는 표현을 자주 썼듯이 언어통일에 대한 인식과 마음의 개방이 필요하다. 한반도의 잘린 허리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