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좋은 나라-70] 김영명 고문

 

아내가 수퍼(아무리 우리말 사랑이라고 해도 수퍼지 가게가 아니다)에 갔다 오더니 이렇게 말한다. 돈 받는 아주머니한테 아주머니 했더니 아주머니가 뭐예요 언니라고 해야지 하더란다. 아주머니가 어때서요 좋은 말인데 했더니 그래도 자기는 기분 나쁘다고 했단다. 참 어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럼 나는 그 사람한테 누나 그래야 되나? 그럼 엄청나게 더 기분 나빠 하겠지? 웬 할배가 누나라고 하니... 난 누가 아저씨 그러면 고맙겠다. 할아버지 안 그러니...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호칭에 엄청나게 뻥튀기가 생겼다. (뻥튀기는 맛있는 추억의 음식인데 이렇게 부정적으로 거론하는 것이 참 그대에게 미안하다.) 그 사회심리학적인 원인들은 여러분들이 짐작할 수도 있고 여러분들이 짐작 못할 것은 전문가들이 짐작 아니 규명해 줄테니, 나는 그냥 여기서 실제 상황만 묘사해 보려고 한다.


간호원이 간호사가 되더니 웬만하면 이제 직업 이름에 사를 붙이지 않으면 모욕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운전수가 운전 기사가 되더니 이젠 그냥 기사가 되었다. 기사도 종류가 많을텐데... 목욕탕 가면 때밀이가 있는데 여기서 우리가 때밀이 형님 했다가는 째려보는 눈을 감당해야 할까? 세신사란다. 와 참 심오한 용어이다. 청소부는 환경미화원이 되었다. 청소사는 어떤가? 청소가 환경 미화보다 질이 낮은 천한 일인가 보다.


언제부터인가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이 당선자가 아니라 당선인이 되었다. 내 기억으로는 이명박 당선 때부터인데, 그건 내 기억이고 그 전부터일 수도 있다. 생각하니 ‘자’는 놈 자 자이니 사람 ‘인’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기자들의 또는 정치인들의 또는 그 잘난 지식인들의 갸륵한 배려임에 틀림 없다. 그 뒤의 행적으로 볼 때 이명박은 당선된 ‘놈’임에 틀림없는데 웬 사람 인? 아니 이건 논점에서 벗어나니 다시 논점으로 들어가자. 그래 자가 놈이라서 못 쓰겠다면 토론자, 사회자, 기자는 어떻게 할까? 그들은 토론하는 놈, 사회 보는 놈, 글 쓰는 놈들인가? 웬만한 데는 이제 ‘사’ 자를 안 붙이면 기분 나빠 할테니 이제 모두 사를 붙이자. 당선인이 뭔가 당선사이지. 한국 사람들의 겉치레 중시가 여기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앗, 원인 분석은 안 한다고 해 놓고... 교수 직업병인가?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식당 가면 웬 이모들이 그렇게 많은가? 예전엔 사모님들이 너무 많지 않은가 말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이모들이 더 많다. 사장님들이 줄어들고 이모부들이 많아져서 그런가 보다. 그런데 왜 고모나 숙모나 백모는 아니고 이모일까? 흠, 까닭은 알겠는데 말은 하지 않겠다. 그런데 음식점 가서 이러면 어떨까? 백모 여기 백숙 하나요, 고모 여기 고추장 좀 주세요,


뻥튀기, 오용 그만하고 적절한 말을 올바로 쓰면 좋겠다. 이제부터 우리 모두 용어들을 바로 쓰실게요. 이 문장 갖고 트집 잡을 사람들이 있을 듯... 그래도 그 심오한 뜻을 아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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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