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39] 성기지 운영위원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름 알리는 데 열심인 후보들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이들 가운데 옥석을 가려야 하는 유권자의 밝은 눈이 참 절실할 때인 듯하다. ‘정치판을 기웃거리다’, ‘물결이 출렁거리다’처럼, 우리말에는 ‘-거리다’가 붙어 움직임이나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 매우 많다. ‘-거리다’가 친화력이 워낙 좋다보니, 요즘에는 표준말로 인정되지 않았던 말들까지 시나브로 규범 안에 들어오고 있다.


우리말에 ‘자꾸 은근히 귀찮게 굴다’는 뜻으로 쓰이는 ‘지근거리다’가 있다. ‘지근거리다’보다 작은 느낌을 주는 말이 ‘자근거리다’이고, ‘지근거리다’보다 좀 더 성가신 느낌을 주는 말이 ‘치근거리다’이다. 그런가 하면, ‘지근거리다’, ‘치근거리다’보다 강한 느낌을 주는 말이 ‘찌근거리다’이다. 요즘 들어 ‘치근거리다’를 써야 할 자리에 ‘추근거리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다. 이 말은 본디 표준말이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사용 빈도가 높아지면서 규범어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추근거리다’와는 달리, “추근추근 따라다니다.”처럼, ‘성질이 아주 끈끈하고 질기다’는 뜻으로 쓰이는 ‘추근추근’, ‘추근추근하다’는 예부터 있어 왔다.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버벅거리다’는 말은 본디 “똑똑하지 못한 말소리로 떠벌리다”는 뜻을 지닌 제주도 사투리이다. 이 말은 오랫동안 한글학회 사전(‘우리말 큰사전’)에만 올라 있었는데, 요즘에는 국립국어원 사전(‘표준국어대사전’)에 “행동이나 말 따위를 자연스럽게 하지 못하고 자꾸 틀리거나 머뭇거리다”는 뜻으로 올라가 있다. 사투리가 널리 퍼져 나가서 조금 달라진 뜻으로 쓰이다가 규범어가 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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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