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말 써도 못 봤습니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5기 이상원 기자
lyshow3@gmail.com

 

지난 27일 남북 정상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회담을 개최했다. 남북 교류 확대, 한반도 비핵화, 비무장 지대의 평화 지대화를 중점으로 한 판문점 선언이 공동 발표됐다. 남한과 북한이 하나의 봄을 맞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통일을 눈앞에 두고,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바로 남한과 북한의 의사소통 문제이다. 남북의 언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공통으로 남한말과 북한말은 조선어학회(지금의 한글학회)에서 정리한 <한글맞춤법통일안>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광복 후 남한은 새로운 <한글맞춤법>을 사용해왔고, 북한은 <조선말규범집>을 사용하다가 수정을 거듭해 오늘날 어문 규범에 이르게 되었다.

                                                  한반도에 나타난 언어 (하나의 언어) ▶

 

 

 <한글맞춤법>과 <조선말규범집>은 광복 후 7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며 각기 변화해 왔다. 그 결과 남한과 북한의 언어는 문법, 어휘, 화법, 어문 규범에서 차이가 생겼다. 문법, 어문규범, 화법은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크게 차이를 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휘에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할 정도로 큰 차이가 생겼다.
 국립국어원 조사에 따르면 남한으로 온 북한 이탈 주민의 30%는 남한말에 익숙해지는데 4~5년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6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북한 이탈 주민도 50%가 넘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남북은 공동으로 언어 차이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좁혀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한의 문법 구조 차이 – 조사와 어미는 ‘토’로
 남북한의 문법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남한은 ‘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감탄사, 조사’로 이루어진 9품사를 두고 있지만, 북한은 조사를 뺀 8품사만 있다. 대신 북한에서는 남한의 조사와 어미를 ‘토’라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남한의 격조사 “–이/가”, “-에”를 ‘자리토’로, 복수접미사 “–들”을 ‘끼움토’라는 말로 대신한다. 종결어미 “–다”를 ‘맺음토’로, 연결 어미 “–며”를 ‘이음토’라는 말로 대신한다. 또한, 관형사형 어미 “–ㄴ”을 ‘얹음토’로 부사형 어미 “–게”를 ‘꾸밈토’라는 말로 대신한다. 이밖에 전성어미, 접미사, 존칭 선어말, 시간 선어말, 보조사에 각각 대응하는 ‘토’가 있다.

▲ 북한 토의 종류를 나타낸 표다.


 남북한 어휘 차이 - ‘채소’를 ‘남새’로, ‘거위’를 ‘게사니’로
 남북한의 어휘 차이는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주범이 될 지도 모른다. 어휘 차이는 문법, 화법, 어문 규범의 차이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 북한의 문화어는 남한의 표준어와 대응되는 개념이다. 문화어는 북한에서 “평양말을 기준으로 노동자 계층에서 쓰는 말로 언어생활의 기준”인 말이라 규정되었는데 언어의 민족 특성을 보존, 발전시키고,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바탕으로 형성된 단어다. 남한의 표준어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다. 따라서 남북한의 이념 차이가 어휘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동무’는 북한에서 노동계급의 혁명 위업을 이룩하기 위하여 함께 싸우는 사람을 친하게 이르는 말이다. ‘어버이’는 인민 대중에게 가장 고귀한 정치적 생명을 안겨주시고 뜨거운 사랑과 두터운 배려를 베풀어 주시는 분을 끝없이 흠모하는 마음으로 친근하게 높여 이르는 말이다. 남한의 ‘동무’나 ‘어버이’와 형태 차이는 없으나 의미가 다르다.

 

 또한, 북한은 남한의 ‘채소’를 ‘남새’로, ‘거위’를 ‘게사니’로, ‘누룽지’를 ‘가마치’로 다르게 표현한다. 같은 한자어를 남북한이 다르게 읽기도 하는데 ‘왜곡(歪曲)’을 ‘외곡’이라고, ‘오류(誤謬)’를 ‘오유’라고 읽는다. 한자어 어휘가 순우리말로 다듬어져서 달라진 어휘도 있다. 남한의 ‘좌익수(左翼手)’를 ‘왼쪽공격수’로, ‘표백(漂白)’을 ‘바래기’라고 표현한다. 외래어나 외국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북한의 노력이 ‘왼쪽공격수’와 ‘바래기’라는 말에서 느껴진다.

 

 남북 분단 이후 북한 정부 기관은 한자어, 영어, 일본어를 순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섰고 남한은 민간단체인 한글학회가 순우리말 운동을 주로 수행했다. 그 결과 북한보다 남한에서 외국어나 외래어 사용이 많아졌고, 남북 간 의사소통을 어렵게 만들었다. 국립국어원 조사에 따르면 북한 이탈 주민은 남한말에 대해서 ‘외래어, 외국어를 많이 쓴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 남북한 어휘 차이를 나타낸 표다.


 남북한 화법 차이 – ‘서울에는 못 가봤습니다’를 ‘서울에는 가도 못 봤습니다’로
 화법 차이로 북한 특유의 말투를 꼽을 수 있다. ‘아이 뭐 가지가지로 많이 하십니다. 일없습니다. 서울에는 가도 못 봤습니다.’ 같은 북한만의 화법이 독특하게 느껴진다. ‘남한말을 써 본 적이 없습니다.’는 ‘남한 말 써도 못 봤습니다.’라고 한다. 또한, 북한 사람은 대체로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한다. 남한 사람이 ‘언제 밥 한번 먹자’라고 말하면 빈말이 아닌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남북한 어문 규범 차이
 어문 규범은 두음 법칙, 사이시옷, 띄어쓰기에서 차이가 있다. 남한에서는 ‘우리나라 역사를 올바르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써야 정확하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우리나라 력사를 올바르게 아는것이 중요하다’라고 써야 정확하다. 남한에서는 관형어와 뒤에 나오는 의존 명사는 띄어쓰는 반면 북한은 붙여서 쓰기 때문이다.또 남한에서는 ‘나뭇잎, 냇가, 귓병, 장맛비, 북엇국’처럼 사이시옷이 들어가야 맞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나무잎, 내가, 귀병, 장마비, 북어국’이라고 표기한다.

▲ 남북한 어문 규범과 화법의 차이를 나타낸 표다.

 

 <겨레말 큰사전>을 통한 공동의 노력
 남북한의 언어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남북공동편찬사업회’는 <겨레말 큰사전> 편찬을 위해 애쓰는 중이다. <겨레말 큰사전>은 남한과 북한이 공동으로 추진하여 언어 차이를 극복하려는 우리말 사전이다. 분단 이후 남북한에서 달라진 어휘를 반영한다. <겨레말 큰사전>을 실제 남한과 북한에서 함께 사용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통일의 날에 바로 활용할 수 있게 규범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언어 이질화를 극복하여 생각 차이를 좁혀야
 정신의 뿌리는 사용하는 말에서 뻗어져 나온다. 일제강점기 아래, 일본은 한국어 몰살정책을 펼치고 일본 정신을 우리 민족에게 주입했다. 우리 민족이 일본의 지배를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들었다. 그만큼 말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남한과 북한은 서로 같은 민족이다. 하지만 두 국가가 사용하는 말은 이질적이다. 약 70년이라는 세월동안 남북이 나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소통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생겼고, 더 나아가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따라서 남북한의 언어 이질화 현상을 극복하면, 남북이 말에 담고 있는 생각 차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북한의 이념 차이도 좁힐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길이 아닐까.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