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와 다른 발음 원칙, 따라야 할까? 고쳐야 할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5기 최지혜 기자
jihye0852@naver.com

 

 일상에서 말을 하면서 자주 틀리는 발음이 몇몇 있다. 심지어 잘못된 것을 아예 모른 상태에서 발음하는 경우도 많다. 표준 발음법과 한글 맞춤법 등을 통해 옳은 발음법을 익히고, 일상 속 자주 틀리는 발음을 교정할 수는 있다.
 ‘표준 발음법’은 표준어의 공식적인 발음법을 이르는 말로, 표준어의 실제 발음을 따르되, 국어의 전통성과 합리성을 고려하여 정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표준 발음과 다르게 발음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무조건적으로 표준 발음만 고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실제 발음을 반영하여 발음 규정을 수정할 필요는 없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많이 틀리는 발음은 무엇일까?>

 

 국립국어원에서 2016년, 전국 만15세 ~ 60대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어의 발음 현황을 조사했는데, 표준 발음과 실제 발음이 일치한 비율이 가장 낮은 10개 단어로 ‘차례’, ‘수놈’, ‘닭을’, ‘해님’, ‘머리글’, ‘붇기’, ‘불법 체류’, ‘효과’, ‘안간힘’, ‘바라’가 꼽혔다.

그림  표준 발음 일치율 하위 10개 항목 – 출처: 국립국어원, 한국어의 발음 현황조사

 

표준 발음대로 발음하지 않은 10개 단어 중에서도 ‘차례’가 1위인데, 2.2%의 표준 발음 일치율을 보이므로, 표본의 97.8%가 잘못 발음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차례’는 어떻게 발음해야 할까? ‘차례’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례’인데, 이중모음인 ‘ㅖ’가 사용되었다. 이중모음이란, 입술 모양이나 혀의 위치를 처음과 나중이 서로 달라지게 하여 내는 모음을 말한다. ‘ㅑ, ㅒ, ㅕ, ㅖ, ㅘ, ㅙ, ㅛ, ㅝ, ㅞ, ㅠ, ㅢ’는 이중모음으로 발음하게 된다. 표준발음법에 따르면 이중모음은 이중모음으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예, 례’ 이외의 ‘ㅖ’는 예외적으로 [ㅔ]로 발음하는 것도 괜찮다. 따라서 ‘지혜’라는 단어는 ‘예’나 ‘례’가 아닌 ‘혜’가 쓰였으므로 [지혜]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나, [지헤]라고 발음하는 것도 허용된다. ‘차례’의 올바른 발음도 알 수 있겠다. ‘차례’는 일반적으로 [차레]라고 잘못 발음하곤 하지만, ‘례’가 쓰였기 때문에 표기된 대로 [차례]라고 발음해야 한다.

 

 2위 ‘수놈’과 4위 ‘해님’, 5위 ‘머리글’은 어떻게 발음하는 것이 옳을까? ‘수놈’, ‘해님’, ‘머리글’은 사잇소리 현상과 관련이 있다. 보통 글자 사이에 소리가 들어가는 것처럼 ‘수놈’을 [순놈]으로, ‘해님’을 [핸님]으로, ‘머리글’을 [머릳끌]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러한 발음들은 모두 틀린 발음이다.

 

 수컷을 이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해서 ‘수놈’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표준어 규정에 따르면, ‘수놈’은 파생어이다. 합성어가 아니라 ‘수’와 ‘놈’ 사이에는 사잇소리가 없어 [순놈]으로 읽으면 안 된다. ‘수놈’은 쓰인 그대로 [수놈]이라고 읽는다. 다만, ‘숫양’, ‘숫염소’, ‘숫쥐’, 세 단어는 예외적으로 접두사를 ‘수-’가 아닌 ‘숫-’으로 하므로, [순냥], [순념소], [숟쮜]로 발음한다. ‘수-’와 ‘숫-’ 간의 구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원칙은 그렇다.

 

 ‘해님’의 ‘-님’은 사람이 아닌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대상을 인격화하여 높인다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해님’은 어근 ‘해’와 접미사 ‘-님’이 결합한 파생어이다. ‘수놈’과 마찬가지로 사잇소리가 발생할 이유가 없고, 쓰인 그대로 [해님]이라고 읽는다. 흔히들 아는 전래동화 <해님 달님>은 [핸님 달림]이 아니라 [해님 달림]으로 읽어야 맞는 것이다.

 

 ‘머리글’은 [머리글]이 표준 발음이다. 이때에도 사잇소리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머리’와 ‘글’ 두 단어 모두 순우리말인 어근이므로, ‘머리글’은 순우리말로 된 합성어이다. 한글 맞춤법에 의하면 순우리말로 된 합성어로서 앞말이 모음으로 끝난 경우에는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거나,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소리가 덧나는 경우에 사이시옷을 받침으로 표기한다. ‘머리글’은 세 가지 경우 모두에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첫 번째 경우,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는 것이었으면 ‘머릿글’로 표기하게 되었겠지만, 뒷말 첫소리 [ㄱ]이 [ㄲ]으로 발음되지 않기 때문에 ‘머리글’로 표기된다. 따라서 ‘머리글’은 표기된 대로 [머리글]이라고 읽는다.

 

 3위를 차지한 ‘닭을’은 표준 발음은 [달글]이지만, [다글]이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92%를 차지했다. 표준 발음법에 의하면, 겹받침이 모음으로 시작된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뒤엣것만을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 (이 경우, ‘ㅅ’은 된소리로 발음한다) 그러니까 첫째 받침은 그대로 받침의 소리로 발음하고 둘째 받침은 다음 음절의 첫소리로 옮겨 발음한다. 겹받침 체언인 ‘닭’ 뒤에 모음 ‘ㅡ’로 시작하는 조사 ‘을’이 합쳐져, ‘닭’의 첫째 받침 ‘ㄹ’은 그대로 받침소리로 발음되고, 둘째 받침 ‘ㄱ’은 ‘을’의 첫소리로 옮겨 발음된다. 따라서 ‘닭을’은 [달글]로 발음한다.

 

 6위 ‘붇기’와 10위 ‘바라’는 용언의 활용형으로, 발음과 표기를 함께 잘못 읽고 쓰는 경우가 많다. ‘붇기[붇끼]’는 발음뿐 아니라 표기 시에도 ‘불기[불기]’로 많이 틀린다. ‘붇다’는 ‘ㄷ 불규칙’ 활용을 하여 모음 어미와 결합할 때는 ‘불어[부러]’와 같이 쓰고 읽는다. ‘ㄷ’이 ‘ㄹ’로 불규칙하게 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하면 그대로 ‘붇’의 모양을 유지한다. 따라서 ‘붇기[붇끼]’와 같이 실현된다. ‘붇다’의 어간 원형이 ‘붇-’인 것을 주의하고, 뒤의 어미가 모음인지 자음인지에 따라서 표기와 발음을 달리하면 된다.

 10위 ‘바라’도 ‘붇기’와 마찬가지로 표기와 발음을 함께 잘못 아는 경우가 많다. ‘바라다’에 어미 ‘어/아’가 붙은 활용형은 표준어에서 ‘바라’이다. 이를 불규칙활용인 것처럼 ‘바래[바래]’로 쓰고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틀린 표기, 틀린 발음이다. ‘바라’라고 쓰고 [바라]라고 읽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표준발음법이 절대적 불변성을 지니는 것일까?>

 

 표준발음법은 실제 발음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표준발음과 실제 발음이 다른 것 중에 기존의 표준발음뿐 아니라 실제 발음도 표준발음으로 인정하게 된 경우가 있다. 한국어의 발음 현황 조사가 실시되었던 2016년에는 표준발음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사례들이 담겨 있다.

 

그 예로, ‘안간힘’은 2016년 기준, [안깐힘]으로 발음해야 옳았다. ‘안간힘’은 명사 ‘안’과 명사 ‘간힘(숨 쉬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고통을 견디려고 애쓰는 힘)’이 결합된 합성어이므로 [안깐힘]으로 발음해야 했다. 그렇지만 ‘안간힘’의 어원을 설명하는 자료를 찾을 수 없어서 그 뜻을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안깐힘]으로 발음해야 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측면이 있었다. 그리고 결국 2017년 3분기 표준국어대사전에 바른 발음으로 [안깐힘]과 [안간힘] 모두를 싣게 되었다. 따라서 현재는 두 발음 모두 올바른 발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7위를 차지한 ‘불법’과 8위를 차지한 ‘효과’도 과거 각각 [불법], [효과]로 발음하는 것만 올바른 발음으로 인정했지만, 2017년 3분기 표준국어대사전 수정에서 [불뻡]과 [효꽈]라고 발음하는 것 또한 올바른 발음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불법(不法)’은 7위로, 약 95%가 [불뻡]으로 발음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표준발음법에 의하면, 한자어에서 ‘ㄹ’ 받침 뒤에 결합되는 ‘ㄷ, ㅅ, ㅈ’은 된소리로 발음한다. ‘불법(不法)’은 한자어이지만, ‘ㄹ’ 받침 뒤에 ‘ㄷ, ㅅ, ㅈ’이 아닌 ‘ㅂ’이 결합되므로, ‘ㅂ’은 된소리로 발음하지 않는다. 따라서 ‘불법(不法)’은 [불법]으로 발음하는 것만 옳았다. 8위를 차지한 ‘효과’는 본래 이론적으로 [효ː과]로 발음하는 것이 옳았다. ‘ㄱ’이 된소리가 날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론적 원칙이 현실 발음을 함께 인정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있었고, 결국 현재 ‘불법(不法)’을 [불법]과 [불뻡], ‘효과’를 [효ː과]와 [효ː꽈]로 발음하는 것 모두 옳은 것이 되었다.

 

표1 발음 일치율이 가장 낮은 10개 항목의 실제 발음과 표준 발음

 

 기본적으로 올바른 발음법으로 정해진 표준 발음법을 준수해서 발음할 필요가 있겠다. 효율적이고 원활한 의사 전달과 소통을 위해 표준 발음법을 지켜야 한다. 표준 발음법을 준수하지 않고 한국어 사용자 모두가 자신만의 발음법으로 발음을 하게 된다면, 한국어는 더 이상 쓰이기 어려운 언어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표준 발음법을 준수함과 동시에 표준 발음법을 다룰 때에는 표준 발음이 실제 발음과 많이 다른 경우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안간힘’, ‘불법’, ‘효과’ 등은 비표준이었던 실제 발음이 표준 발음으로 인정되었다. 무분별하게 실제 발음을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는 것은 피해야겠지만, 표준 발음이라는 본래 정의에는 실제 발음을 따라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사람들이 실제로는 어떻게 발음하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따라서 표준발음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표준발음 실현 정도가 매우 낮아, 압도적 우세를 보이는 실제 발음을 표준 발음법을 개정할 때 참고할 필요가 있고, 이를 반영할지 신중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