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34] 성기지 운영위원

 

버스가 정류장에 서있는 걸 보고 달려간 순간 버스가 그대로 떠나버렸을 때에,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라 말한다. 이 표현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때의 ‘간발’을 “몇 걸음 안 되는 차이”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간발’은 일본말 잔재로서, 일본에서는 한자로 ‘사이 간(間)’ 자와 ‘터럭 발(髮)’ 자를 적고 ‘かんばつ[간바쯔]’로 말한다. “털 하나 차이”라는 뜻으로, 아주 작은 차이를 뜻하는 일본어투 말이다. 이 말은 우리말로 ‘털끝 하나 차이’라고 바꾸어 쓰면 된다.


바지 중에 ‘기지바지’라는 게 있다. 면바지가 아니라 양복 천으로 된 바지인데, 이때의 ‘기지’(きじ)는 “옷감”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흔히 양복 옷감으로 만든 펄렁펄렁한 바지를 ‘기지바지’라 한다. 그러나 우리 국어사전에서는 이 ‘기지’를 ‘천’으로 순화하였다. 또, 여자들이 일할 때 입는 바지 가운데 통이 넓고 발목 부분이 좁은 옷이 있다. 흔히 ‘몸뻬’라고 하는데, 이것도 일본말이다. 이 옷이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긴 하지만, 우리가 널리 입게 되었기 때문에 우리말 ‘일바지’로 다듬어 쓰는 게 바람직하다.


직장에서 흔히 쓰이는 말들 가운데 ‘무대포’(無鐵砲, むてっぽう), ‘쿠사리’(腐り, くさり) 들도 일본말이다. “저 친군 매사에 무대포야.”라는 말을 ‘무대포’ 대신 우리말 ‘막무가내’로 바꾸어 “저 친군 매사에 막무가내야.”라 하면 훨씬 부드러워진다. 사장님에게 ‘쿠사리’를 먹은 게 아니라 ‘면박’ 당한 것이라고 해야 우리말 표현이 된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