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6일 문재인 정부에서 발의한 개헌안은 <알기 쉬운 헌법 만들기 국민운동본부>의 요구를 반영하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개헌안에 붙인 ‘헌법 개정안 주요 내용‘에서 밝힌 “헌법의 한글화 및 알기 쉬운 헌법” 방향은 우리 국민운동본부에서 주장한 것과 대체로 일치한다. 헌법의 표기를 국한문 혼용에서 한글전용으로 바꾼 일은 한글 시대에 걸맞은 변화다. 일본어 번역투인 ‘~에 있어서’를 모두 없애고, ‘~에 의하여’를 대폭 줄였으며, 낱말에서도 ‘환부하고’를 ‘돌려보내고’로 ‘조력’을 ‘도움’으로 고치는 등 개선 노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쓸데없는 한자병기와 흠이 있는 문장이 남아 있다. 한자를 병기한 23개 낱말 가운데에는 ‘연소자’처럼 한자를 병기하지 않아도 될 낱말 3개와 ‘부속도서’처럼 ‘딸린 섬들’로 바꾸면 한자병기를 안 해도 될 낱말 7개, ‘경자유전’처럼 풀어쓰는 게 좋은 낱말 2개가 있다. 동일한 낱말을 겹쳐 쓴 문장과 피동 표현, 헷갈리는 나열 방법, 띄어쓰기 잘못 등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헌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일이 너무 짧은 시간에 이루어져 이런 잘못과 흠이 남아 있는 것이다. 만일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새 개헌안을 마련한다면 우리 국민운동본부에서 지적한 정부 개헌안의 한계를 반드시 넘어서길 바란다. 헌법을 알기 쉽고 우리말답게 바꾸어야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뿌리내릴 수 있다.

 

○ 정부 개헌안에서 찾아낸 국어사용의 문제점

 

1. 한자를 병기한 낱말 중에는 한자를 쓰지 않아도 헷갈릴 염려가 없는 낱말이 있다. 다음과 같은 낱말은 하나뿐인 낱말이다.
∘연소자(年少者) → 연소자
∘연한(年限) → 연한
∘궐위(闕位) → 궐위

 

2. 한자를 병기한 낱말 중에는 아예 다른 낱말로 대체할 만한 것이 있다. 그렇게 대체하면 한자를 병기하지 않아도 된다.
∘그 부속도서(附屬島嶼)→ 이에 딸린 섬들
∘기망(欺罔)” → 속임, 속임수  
∘주류(駐留) → 주둔
∘발(發)할 → 내릴
∘임면(任免)한다 → 임명하거나 해임한다
∘부서(副署)한다 → 덧붙여 서명한다
∘선전(宣戰) → 전쟁 선포

 

3. “소급입법”과 “경자 유전”은 한글로 표기했지만 한국어가 아니라 중국어이다. 한국어 문장 속에 “아이 러브 유(I love you)”를 함께 쓴 것과 다를 바 없다.
∘소급입법(遡及立法)으로 → 소급해서 법률을 제정하여, 소급해서 제정한 법률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 → ‘농지는 농민에게’라는 원칙

 

4. 동일한 의미의 낱말이나 구문을 겹쳐 쓴, 비합리적인 표현이 있다.
∘선전포고→ 전쟁 선포, 전쟁 선언
[“선(宣)전포고”는 “역전(前)앞”과 같이 비합리적인 표현이다. ‘선’과 ‘포고’를 함께 사용해서는 안 된다.]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5-②)
 →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사명으로 하며”
[5-②의 ‘의무’는 오늘날의 제도에 비추어 보면 ‘임무’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사명’은 같은 의미이다. 그러니 ‘의무’(‘임무’)와 ‘사명’을 함께 사용해서는 안 된다.]
∘“누구도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14-③)
→ “누구도 친족의 행위로”
→ “누구도 자기가 행하지 않은 행위로”

 

5. 꼭 필요하지 않은 피동 표현이 아직도 많다. 검토하여 되도록 능동으로 고쳐야 한다. 특히 다음과 같이 능동과 피동을 섞어 쓴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청구되고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13-③)
 →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청구하고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6. “이나”로 교체해야 할 “또는”이 아직도 매우 많다. 글자 수도 많지 않은 2~3개 낱말을 연결할 때에는 “또는”보다 “이나”를 사용하는 것이 간명하다. 세 가지 사례만 보이면 다음과 같다.
∘성별 또는 장애 등으로 → 성별이나 장애 등으로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 체포나 구속을 당한
∘수용·사용 또는 제한 → 수용·사용이나 제한

 

7. “모든 사람은 ~지 않는다”와 “모든 국민은 ~지 않는다” 구문의 주어부를 각각 “사람은 누구도”와 “국민은 누구도”로 고쳤는데, 빠뜨린 곳이 있다.
17-①, 17-②,  14-②, 17-③, 33-⑤

 

8. 띄어쓰기를 매우 소홀히 하였다. 헌법은 전문가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보아야 하는 법이니만큼 띄어쓰기도 국가의 어문 규정인 「한글맞춤법」과, 국가기관에서 관리하는 「표준 국어 대사전」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국가의 어문 규정을 무시하고, 마구 붙여 쓴 것이 매우 많으며, 물론 그런 것은 「표준 국어 대사전」에서도 찾을 수 없다.
∘부속도서 → 부속∨도서
∘기본질서 → 기본∨질서
∘정당운영 → 정당∨운영
∘독립된 인격주체로서 → 독립된 인격∨주체로서

 

2018년 3월 26일

 

알기 쉬운 헌법 만들기 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권재일(한글학회 회장), 김미형(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 류종열(흥사단 이사장), 성낙수(외솔회 회장), 이건범(한글문화연대 대표), 이대로(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 회장), 이주영(어린이문화연대 대표), 조창익(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차재경(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회장), 최은순(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 최홍식(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