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28] 성기지 운영위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사람들이 느긋할 수 있는 까닭은, 곧 봄볕이 따스해지고 산과 들에 꽃이 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봄을 알리는 꽃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것이 진달래와 개나리라고 생각한다.

‘개나리’는 옛 차자 표기에서 ‘가히나리’란 형태로 나타난다. 500년 전까지만 해도 ‘개’를 ‘가히’라고 했기 때문에, ‘가히나리’가 ‘개나리’로 변화한 시기는 대개 16세기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개’가 접두사로 쓰여 파생어를 만들 때에는 ‘야생 상태’라든지 ‘질이 떨어진다’는 의미를 보태주게 된다. 꽃 중에서 백합을 가리키는 우리말이 ‘나리’인데, 여기에 ‘개-’를 붙여서 ‘개나리’라고 하면 ‘질이 떨어지는 나리’를 가리키게 된다. 여기에 반하여 백합은 따로 ‘진짜 나리’라는 뜻으로 ‘참나리’라고 한다.


우리말에는 이처럼 ‘참’과 ‘개’가 대립되어 사용되는 낱말들이 있는데, ‘참꽃’과 ‘개꽃’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참꽃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꽃을 말하고, 반면에 개꽃은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꽃을 가리킨다. 그래서 참꽃이라고 하면 진달래를 뜻하고, 개꽃은 철쭉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아무래도 봄을 맨 앞에서 이끌고 오는 전령사는 진달래라고 할 수 있다. 개나리는 주로 사람이 사는 동네에 피어나지만, 진달래는 멀리 산에서부터 마을에까지 두루 흐드러지게 피어서 봄을 느끼게 해준다. 개나리가 ‘개-’와 ‘나리’로 나누어지듯이, 진달래도 ‘진’과 ‘달래’가 합쳐진 말이다. ‘진’은 ‘참된’, ‘진짜’의 뜻을 가진 접두사이기 때문에, 진달래는 ‘진짜 달래꽃’이라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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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