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27] 성기지 운영위원

 

흔히 ‘시세’나 ‘시가’라고 하면 ‘일정한 시기의 물건값’을 말한다. “요즘 시세가 좋다.”고 하면, 요즘의 물건값이 좋다는 뜻이 되겠다. 그런데 시장을 보러간 주부들이 두부나 달걀을 사면서 “요즘 식료품 시세가 많이 올랐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두부 값이나 달걀 값을 말할 때에는 시세 대신에 우리말 ‘금새’를 사용하면 된다. ‘금새’는 물건의 값을 말하기도 하고, 또는 물건값의 비싸고 싼 정도를 뜻하기도 하는 순 우리말이다. 그리고 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사는 금새를 ‘장금’이라고 한다. 채소나 고기 값이 많이 오른 것 같으면 소비자 입장에서 “오늘은 장금이 좋지 않구나.” 하고 말할 수 있다.


장금과는 반대되는 말 가운데 ‘뜬금’이란 것이 있다. 뜬금의 ‘뜬’은 ‘뜨다’의 관형형이고, ‘금’은 돈을 말한다. 곧 ‘떠있는 돈’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뜬금이란 제자리에 묶여 있지 않고 제 마음대로 올랐다 내렸다 하는 물건값을 말하는데, 한자말로 바꾸면 ‘변동가’라고 할 수 있다.


할인점이나 옷가게에 가보면 ‘바겐세일’이니, ‘디스카운트’니 하는 문구들을 걸어놓은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본디 우리말에서는 물건값을 정가보다 낮추는 것을 ‘에누리’라고 한다. 이 말은 ‘에이다’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에이다’는 베어 낸다, 잘라 낸다는 뜻이다.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라고 하면, 마치 살이 베어져 나가는 것처럼 혹독한 추위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에누리’는 말 그대로 물건값의 일부를 베어 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 디스카운트, 바겐세일의 물결을 헤치고 에누리가 본디의 자리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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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