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26] 성기지 운영위원

 

올림픽 경기 해설자가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는 말을 하였다. 여기에서 ‘이렇게’를 빼면,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가 된다. 자랑스럽지 못할 뿐 아니라, 자랑스러울 수도 없다는 말이다. 부정어를 다시 부정하면 강한 긍정이 되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고 하면 강조 용법을 제대로 쓴 것이 되겠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고 하면 매우 어색한 강조 표현이 되고 만다. 이 말은 “무척 자랑스럽습니다.”나 “참 자랑스럽습니다.”처럼 고쳐 써야 한다.


또, “잠을 세 시간뿐이 못 잤다.”라든가, “이제 천 원뿐이 안 남았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뿐’이라는 낱말은 “이 시대의 희망은 민중의 양심뿐이다.”처럼, 오직 그것밖에 없다는 뜻을 나타내는 조사이다. “민중의 양심만이 이 시대의 희망이다.”처럼 바꿔서 표현할 수 있는 것처럼, ‘뿐’은 무엇에 한정한다는 뜻을 가진 ‘만’이라는 조사와 쓰임이 같다. 그러니까 “이제 천 원뿐이 안 남았다.”는 “이제 천 원만 안 남았다.”처럼 도무지 말이 안 되게 쓰고 있는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말은 “이제 천 원뿐이다.”처럼, 부정어를 빼고 표현해야 한다. “잠을 세 시간뿐이 못 잤다.”라는 말도 “잠을 잔 시간은 세 시간뿐이다.”나 “잠을 세 시간만 잤다.”로 고쳐 써야 한다.


강조 표현 가운데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따위도 어색한 표현이다. 가령 도둑질한 사람을 보고 “당신은 도둑이 아닐 수 없다.”고 한다면, 강조를 떠나서 도둑이라는 말인지 아니라는 말인지 전달하는 뜻 자체가 매우 모호해진다. 그러므로 ‘축복’을 강조할 때에는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를 “더할 수 없이 큰 축복이다.”라고 고쳐서 말하면 훨씬 자연스러운 표현이 된다.

'사랑방 > 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달래와 개나리  (0) 2018.03.21
금새, 장금, 뜬금, 에누리  (0) 2018.03.14
비뚤어진 강조 표현들  (0) 2018.03.07
희로애락  (0) 2018.02.28
운동화 끈 매고 가방 메고  (0) 2018.02.21
설 명절은 가족끼리  (0) 2018.02.14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