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할’이 일본어라고?” 일상 깊숙이 자리한 일본어 표현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4기 김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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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지만, 그중에 일본어 표현이라는 것을 모르고 우리말처럼 널리 쓰이는 단어들이 있다. 아마 일본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단어가 많아 놀라게 될 것이다.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말도 일본어도 아닌 말들 - ‘왔다리 갔다리 하다’와 ‘삐까번쩍하다’
‘왔다리 갔다리 하다’ 언뜻 ‘왔다 갔다 하다’에 재미난 운율을 붙인 말 같지만, 사실 대표적인 일본어 표현이다. 이 말은 우리말 표현인 ‘왔다 갔다 하다’에 비슷한 종류의 동작을 늘어놓을 때 사용하는 일본어의 접속조사인 ‘たり(다리)’가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다. 또한 ‘으리으리하다’ 혹은 ‘번쩍번쩍하다’의 의미로 사용하는 ‘삐까번쩍하다’도 ‘왔다리 갔다리 하다’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이는 우리말인 ‘번쩍번쩍하다’에 같은 뜻의 일본어인 ‘ぴかぴか(삐까삐까)’가 합쳐진 말이다. 이 두 말은 사용하던 우리말에 뜬금없이 일본어가 붙어 두 언어가 섞인 이상한 표현이 된 것이다.

 

완전한 일본어에 독립운동가 비하 단어까지 - ‘무데뽀’ ‘뽀록’ ‘땡땡이’ ‘땡깡’
‘왔다리 갔다리 하다’와 ‘삐까번쩍하다’가 우리말에 일본어가 합쳐진 형태였다면, 다음 네 단어는 순수 일본어 표현이지만 우리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무데뽀’는 무모함, 분별없음을 뜻하는 일본어 ‘むてっぽう(무뎃포)’에서 나온 말이다. ‘막무가내’ 혹은 ‘무모하다’가 옳은 표현이다.‘뽀록’은 누더기, 결점을 뜻하는 일본어 ‘ぼろ(보로)’에서 나와 ‘결점을 드러내다’의 뜻으로 사용한다. ‘들통 나다’ 혹은 ‘들키다’가 옳은 표현이다.‘땡땡이’는 주로 옷감이나 무늬에서 사용되는 말로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양이나 얼룩을 뜻하는 일본어 ‘てんてん(텐텐)’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말의 ‘땡땡이’는 게으름을 피우는 짓을 뜻하며, ‘てんてん(텐텐)’의 우리말은 ‘물방울무늬’가 옳은 표현이다.‘땡깡’은 간질병, 발작을 뜻하는 일본어 ‘てんかん(텐캉)’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땡깡’은 ‘생떼’ 혹은 ‘억지’가 옳은 표현인데, 이 ‘땡깡’에는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가 담겨있다. 일제 강점기에 고문 받으며 괴로워하는 조선인을 비하하기 위해 쓰였던 단어이기 때문이다.

 

우리말처럼 사용되는 일본어 - ‘세대주’ ‘종지부’ ‘대다수’ ‘역할’
앞의 단어는 말소리로 인해 언뜻 일본어라고 짐작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다음 단어들은 당연히 한자어로 생각했지만 일본어인 단어들이다. 이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데, 같은 한자 문화권인 일본이 한자로 표기한 단어를 우리 식대로 읽고 사용했기 때문에 우리말이라고 착각하고 널리 사용됐기 때문이다.


‘세대주(世帶主,せたいぬし)’와 ‘종지부(終止符,しゅうしふ)’, ‘대다수(大多数,だいたすう)’, ‘역할(役割,やくわり)’은 우리말인줄 알고 사용했던 대표적인 일본어다. 각각 ‘가구주’, ‘마침표’, ‘대부분’, ‘할 일’이 옳은 표현이다. 이 외에도 ‘가처분(임시처분)’, ‘고참(선임)’, ‘납득(이해)’, ‘당분간(얼마동안)’, ‘대결(맞서기)’, ‘대출(빌림)’, ‘사료(먹이)’, ‘추월(앞지르기)’ 등 일본어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단어는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한편,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 공동대표 이대로씨는 “광복했다고 해도 우리말이 독립하지 못하면 우리 얼과 정신이 독립하지 못한 것과 같기 때문에 우리는 일본의 지배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며 만연한 일본어 사용에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독립한지 73년이 지났지만 아직 우리말은 일본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대한민국을 물려받은 우리가 아름다운 우리말을 다시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