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수호자, 간송 전형필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4기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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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이 만든 글자 훈민정음에 대해 기록한 책 《훈민정음》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바로 세종대왕의 서문이 담긴 ‘예의’와 훈민정음의 원리와 사용 방법이 적혀있는 ‘해례’이다. 해례본은 자음과 모음의 원리와 그 사용법이 세세하게 밝혀져 있는 만큼 훈민정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례본이 발견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훈민정음이 창제된 연도가 1443년이지만 해례본이 발견된 것은 1940년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우리 손에 닿을 때까지는 수많은 역경이 있었지만 고난과 맞서 싸우며 이를 지켜낸 위인이 있다. 바로 간송 전형필이다.

 

<간송 전형필> 한국학중앙연구원 자료


전형필, 훈민정음 해례본을 지켜내다.

 

전형필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태어난 문화재 수집가다. 자신의 전 재산을 우리나라 문화재를 수집하고 보존하는데 사용하여 일제의 손으로 문화재가 넘어가는 것을 막아내고 민족의 얼과 혼을 지켜내는 일에 자신의 전부를 바친 위인이다. 그 중, 가장 큰 업적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의 수호이다.

 

전형필은 1940년 국문학자 김태준을 통해 《훈민정음》 진본이 존재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훈민정음》은 김태준의 제자인 이용준이 보관하고 있었다. 이용준의 선조가 여진 정벌에 큰 공을 세워 세종대왕에게 《훈민정음》을 하사받아 가문 대대로 내려온 것이다.

 

당시 《훈민정음》은 앞부분 두 장이 없었다. 연산군 시대에 언문책을 가진 이를 처벌하는 언문정책으로 앞의 두 장을 찢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훈민정음의 원리와 사용 방법에 대한 내용은 이전에 내려오던 그 어떤 기록들보다 자세했다. 김태준과 이용준은 경성제대 도서관의 《세종실록》을 보고 훈민정음을 복원하기 시작했으며, 앞의 찢어진 두 장 또한 이용준의 글씨로 보완했다.

 

하지만, 김태준이 일제에 검거되면서 《훈민정음》 해례본의 발굴은 그대로 멈춰지는 듯 했다. 김태준은 2년 뒤 석방되어 아픈 몸과 마음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훈민정음》의 진위를 확인하고 전형필에게 연락을 해 《훈민정음》을 구할 방법을 찾는다. 둘은 노력 끝에 마침내 일제의 눈을 피해 《훈민정음》 소유주와 연락하게 된다.

 

《훈민정음》 소유주는 《훈민정음》의 값으로 천 원을 불렀지만, 전형필은 김태준에게 사례비 천 원을 주고 《훈민정음》을 만 원이라는 가격에 사들였다. 당시 만 원이라면 집 한 채 가격이 훌쩍 넘는 값이지만, 《훈민정음》에 담긴 가치는 그 값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며 전형필은 만 원이라는 큰돈을 선뜻 내놓은 것이다.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 미술관 소장>

그렇게 많은 노력 속에서 《훈민정음》이 전형필의 손 안에 들어왔다. 그 후 전형필은 해방 전까지 오동나무 상자 안에 《훈민정음》을 집어넣고 일제의 탄압, 한국전쟁의 위험 속에서 지켜냈다. 해례본은 1956년 해방 후 통문관의 제안을 받아 조선어학회 간부들과의 연구를 통해 영인본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해례본이 발견되기 전 훈민정음은 창제원리나 사용법에 대해 수많은 추측이 가득했지만, 영인본이 출판된 후 많은 학자들이 훈민정음의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되며 모든 논란에 마침표를 찍고 그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연구를 통해 훈민정음은 그 가치가 밝혀지면서 전 세계 언어학자들의 놀라움과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다. 이후 《훈민정음》은 1962년 12월 국보 제70호로 지정되고 1997년 10월 그 중요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된다. 현재 《훈민정음》은 그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로 평가받는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지켜내고 한글 연구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준 문화재의 수호자, 간송 전형필. 전형필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훈민정음의 비밀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글자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기사를 읽은 오늘은 그의 노력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참고문헌 : 이충렬, 「간송 전형필」, 김영사(2010)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