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안도 무용지물… 엉터리 한식 표기 언제 해결될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4기 김선미 기자
sunmi_119@naver.com

 

지난 2월 9일, 드디어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서울시에서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으며, 한국의 맛과 멋에 이끌려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은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아직 많은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인기 있는 한식을 어떻게 표기하는지 보자.

 

그림 밀면을 잘못 번역한 차림표.

그림 2 한식을 소리 나는 대로 알파벳 표기한 차림표. 출처 TV조선

 

"When you push"와 “押すと” 이 두 문장을 그대로 번역해보면 우리말로 "(무언가를) 밀면" 이라는 가정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몇몇 가게에서 “When you push”와 “押すと”는 음식의 이름이다. 밀가루로 만든 국수요리인 밀면을 ‘(무언가를) 밀다’의 가정법인 ‘밀면’으로 잘못 번역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이렇게 번역해 둔 가게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육회를 ‘Six times’로, 곰탕을 ‘Bear soup’으로 번역한 예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할 정도다. 평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휴게소의 차림표마저  적셔먹는 돈가스를 ‘Jeokshyemeongneun donkkaseu’로 우리말 소리 나는 대로 알파벳 표기를 해놓아 이름만 보고는 무슨 음식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차림표도 있다. 물론 음식은 고유의 이름이라 소리나는 대로 적는 게 맞기도 하다. 하지만 ‘적셔먹는’은 고유의 이름이 아니다. 적어도 올림픽을 준비하는 지역이라면 좀 더 신경썼어야 한다.

그림 3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배포한 한식 번역 표준 시안

이렇게 마구잡이로 번역된 한식이름을 통일하고자하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글날의 공휴일 회복 첫 해를 맞아 세계에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고 활성화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한식 200가지에 대한 로마자 표기와 영문 번역, 중국어 번역 표준안을 발표했다. 이 표준안은 김치와 비빔밥, 불고기와 같이 외국인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음식은 소리 나는 대로 알파벳 표기를 하고, 아직 누룽지, 돼지국밥과 같이 외국인에게 덜 알려진 음식은 번역을 통해 이름만 보고도 어떤 음식인지 알 수 있게끔 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표준안이 발표되고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차림표의 한식 번역은 가게마다 중구난방이다. 심지어 2015년 말 한국관광공사가 한식당의 외국어 메뉴판을 조사한 결과, 중국어 메뉴판의 3분의 1에서 오류가 발견될 정도였다. 이로 인해 바로 다음해인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시 한 번 국립국어원과 한국관광공사, 한국외식업중앙회와 힘을 합쳐 한식 차림표의 오역을 고치겠다고 밝혔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무수하게 생겼다 사라지는 모든 식당에 이 표준안을 보급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식당은 이미 사용하고 있는 차림표를 수정하기 위한 비용을 오롯이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한식재단에서는 외국어 차림표 오류 사진과 상호 이름을 온라인으로 신고하면 이를 개선하는 시범 사업을 펼치겠다고 발표했지만, 홍보 부족으로 인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한국의 맛과 멋에 반해 찾아온 외국인들에게 주어진 것은 엉터리 한식 차림표였다.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두 차례나 잘못된 한식 번역을 고치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아무런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충분히 준비하지 않은 채로 섣불리 한식을 외국에 알리는 것보다, 먼저 한식을 바르게 표기한 차림표를 준비하는 것이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올바른 순서가 아닐까?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