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24] 성기지 운영위원

 

평창 겨울 올림픽 대회가 끝나 가고 있다. 운동화 끈을 바짝 ‘매는’ 선수들의 모습 대신에 이제 가방을 ‘메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 ‘매다’와 ‘메다’는 전혀 다른 동작이지만, 말소리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매다’는 “신발 끈을 매다.”, “옷고름을 매다.”처럼, ‘끈이나 줄 따위를 잡아 묶는 것’을 말하고, ‘메다’는 “가방을 메다.”처럼 ‘어깨에 걸치거나 올려놓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이처럼 ‘애’와 ‘에’ 모음의 발음 구별이 어려워서 잘못 적기 쉬운 사례가 있는가 하면, 자음 ㅎ 발음이 뚜렷이 나지 않아 혼동되는 경우도 있다. ‘곤욕’과 ‘곤혹’이 그러한 말들인데, ‘심한 모욕을 당한다’는 뜻을 나타낼 때는 “곤욕을 당하다/치르다/겪다.”로 말하고, ‘곤란한 일을 당해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는 뜻으로 쓸 때는 “곤혹스럽다, 곤혹하다, 곤혹을 느끼다.”로 말한다. 가령, “선생님이 후배들 앞에서 나를 나무라셔서 곤욕을 치렀다.”일 때는 ‘곤욕’이고, 반면에, “미처 생각지도 않던 질문을 해서 얼마나 곤혹스러웠는지 몰라.”라고 말할 때는 ‘곤혹’이다.

 

그 밖에, 발음은 같은데 표기만 다른 낱말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름’과 ‘갈음’이다. 일반적으로 ‘가름’은 ‘따로따로 나누는 것’을 뜻하고, ‘갈음’은 ‘다른 것으로 대신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그러니까 사과를 두 쪽으로 나눌 때는 ‘가름’이지만, 무슨 식을 거행할 때 “인사말에 갈음합니다.”라고 할 때에는 ‘가름합니다’가 아니라 ‘갈음합니다’라고 해야 한다. 두 낱말의 소리는 똑같이 [가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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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