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23] 성기지 운영위원

 

“설 명절에 즐거운 시간 가지세요.”처럼, 우리는 ‘시간을 가지다/갖다’란 말을 자주 쓰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라는 것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자연 현상이다. 어느 누구도 시간을 가질(소유할) 수는 없다.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을 그 시간에 따라 함께 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가지다/갖다’란 말은 ‘시간을 보내다’로, “즐거운 시간 가지세요.”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세요.”로 고쳐 써야 바른 표현이 된다.


설 연휴를 맞아 너도나도 국제공항으로 가고 있는 한편에는 “설 명절은 가족끼리”라는 구호도 가끔 보인다. 그런데 ‘가족끼리’는 올바른 말일까? ‘-끼리’라는 말은 여럿이 함께 패를 짓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젊은이들끼리 어울리는 카페”나 “노인끼리 모여 지내는 실버타운”처럼 쓴다. 그러니까 ‘가족끼리’라고 하면 가족과 다른 가족이 함께 패를 짓는다는 뜻이 된다. 설 명절에 다른 가족과 어울리는 일은 드물다. “설 명절은 가족과 함께”라 고쳐 쓰는 것이 옳다.


우리 사회에는 가족이 없는 분도 많은데, 이런 분들에게 흔히 “쓸쓸한 설 명절”을 보낸다고 말한다. ‘쓸쓸하다’는 ‘날씨가 조금 차고 으스스하다’는 말이다. “오늘 아침은 참 쓸쓸해요.”라고 하면 오늘 아침 날씨가 좀 차고 으스스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이 말을 외롭다는 뜻으로만 쓰고 또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쓸쓸하다’는 외롭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본디 날씨에서 비롯한 말이다. ‘쓸쓸하다’의 작은말이 ‘쌀쌀하다’이다. 이렇게 큰말과 작은말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 말을 더욱 폭넓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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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