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21] 성기지 운영위원

 

교사가 학생들에게 “개인 사정으로 10분 앞당겨 수업을 마치겠습니다.”라고 하면, 이 문장은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한 것이라 할 수 없다. ‘마치다’는 말은 국어사전에 ‘어떤 일이나 과정이 끝나다.’라고 풀이되어 있다. 곧 어떤 일을 의도적으로 끝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냥 끝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만일 의도적으로 ‘어떤 일이나 과정을 끝나게 하다.’는 뜻을 표현하려면 ‘마치다’ 대신에 ‘끝내다’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앞의 문장은 “개인 사정으로 10분 앞당겨 수업을 끝내겠습니다.”로 고쳐 써야 정확한 표현이 된다. 정리하면, 정해진 수업 시간을 다 채웠을 때는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라고 하지만, 어떤 사정으로 수업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그만둘 때에는 “오늘 수업은 여기서 끝내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된다.


‘마치다’와 ‘끝내다’가 뚜렷하게 구별되는 예를 들어 보면, ‘삶을 마치다’와 ‘삶을 끝내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삶을 마치다’는 남은 생애가 순리대로 다한 것을 뜻하지만, ‘삶을 끝내다’는 이 순리를 거슬러 자기의 의지로 생명을 버리는 것을 나타내게 된다. 다시 말해 주어진 삶을 ‘마치는 것’은 일생이고 ‘끝내는 것’은 인생이다. 일생이란 것은 자기의 의지대로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일생을 ‘마칠’ 수는 있지만 ‘끝낼’ 수는 없다.


반면에, 처음부터 자기의 의지대로 시작한 장사나 사업의 경우에는 거꾸로, ‘끝낼’ 수는 있지만 저절로 ‘마칠’ 수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미리 기간을 정해놓고 시작한 장사나 사업일 때는 그 기간이 다 되었을 때 ‘마치다’를 쓸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마치다’에는 긍정적이면서도 소극적인 뜻이 담겨 있고, ‘끝내다’는 부정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적극적인 느낌을 주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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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