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옛한글, 무엇이 중한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4기 이한슬 기자

lhs2735@naver.com

 

대학 수학 능력 시험 국어영역에서 빠지지 않고 꼭 나오는 문제 유형이 있다. 국어영역 11번부터 16번까지는 문법 관련 문제가 출제되는데, 그 중 16번 문제는 중세 국어 문법을 다룬다. 이과 학생들뿐만 아니라 문과 학생들에게도 어려워 골치 아프게 한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속을 썩이는, 현재 사용되지도 않는 중세 국어 문법 문제는 왜 나오는 것일까?

 

한국어는 오랜 역사를 거쳐 사용해온 만큼 다양하게 변화해왔기 때문에 복잡한 문법이 형성되었다. 결국 현재 잘 설명할 수 없는 문법은 예전의 문법을 살펴봄으로써 어떻게 변화하여 형성되었는지를 파악해 봄으로써 알 수 있게 된다. 이런 한국어 변화의 흐름을 이해해하는지 문제가 출제되는 것이다.

이것들 중의 하나로 한글의 근원인 자음과 모음의 변화를 살펴보자. 지금은 사라진 옛한글 4자가 당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파악해야 이 글자가 사라지며 만들어낸 영향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사라진 옛한글 자모에는 아래아(), 옛이응(), 여린히읗(), 반치음()이 있다.

 

1. 아래아()

 

아래아는 17세기 말까지 쓰였기 때문에 사라진 옛글자 중 가장 오래 사용되었다. 또한 사라진 글자 중 유일한 모음으로 사라진 글자 가운데 모음조화 등 우리말 규칙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다. 아래아는 한글 조음 원리에서 천지인 중 하늘을 상징하는 양성모음이었다. 양성모음과 음성모음의 수가 동일했기 때문에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사용한다는 모음조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래아 글자가 사라지면서 모음조화가 파괴되기 시작했고 규칙적으로 변화하던 단어가 점차 불규칙적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이런 불규칙 변화가 문법이 어려워지는 이유가 되었다.

 

2. 옛이응()

 

옛이응은 16세기 말까지 현대어 의 받침 소리[ng]를 표기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옛이응은 으로 대체되는 바람에 그렇게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초성에 쓰였던 이 앞 음절의 받침으로 올라붙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본디 소아지로 쓰였던 단어가 송아지로 변화한 것이 있다.

 

3. 여린히읗 ()

 

여린히읗은 형식적으로 존재했던 글자로, 15세기 중엽 세조 이후에 사라졌다. 특이하게도 여린히읗은 자체적인 발음이 없었기에 현대 문법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이 글자는 어디에 사용되었을까? 우선 첫 번째로 된소리 부호로 사용되었다. 여린히읗은 독립적으로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유어 뒤에 붙어 된소리로 발음해야 하는 것을 표시했다. 예를 들어 의 경우 [홀빼], ‘누리싫 제[누리실쩨], ‘도라오싫 제[도라오실쩨]로 발음해야 했다. 두 번째로는 사잇소리를 표시할 때 사용했다. 고유어를 표기할 때에는 의 사이에 사용했다. 예를 들어 하ᄂᆞᆯ(하늘) ()’ 사이에 여린히읗을 넣어  으로 표기하였다. 반면, 한자어를 표기할 때에는 음가 없는 뒤에 사용했다. 한자어는 초성, 중성, 종성을 모두 표기해야 했기 때문에 을 넣어줬어야 했다. 이때 다른 한자어를 사용해야 한다면 여린히읗을 넣음으로써 둘의 연결 관계를 표시했다. 예를 들어 헝ㆆ’, ‘先考’, ‘식으로 사용하였다.

 

4. 반치음 ()

 

반치음은 옛이응과 마찬가지로 16세기 말 임진왜란 이후에 사라졌다. 반치음이 현대 국어에 미친 영향으로는 ㅅ 불규칙이 있다. ‘ㅅ 불규칙 용언은 어간의 끝이 으로 끝나는 말이면서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로 활용할 때 이 그대로 넘어가지 않고 아예 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 본디 반치음이 있을 때는 반치음이 뒤로 넘어갔지만, 사라지면서 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예를 들어 는 본디 반치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 되었지만, 반치음이 소멸됨에 따라 나아가 되었고, ‘또한 였지만 지어가 되었다.

 

5. 순경음 비읍()

 

마지막으로 순경음 비읍은 본디 한글 자음과 모음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말의 변화를 이끌어냈기 때문에 같이 설명하고자 한다. 순경음 비읍은 어떻게 영향을 주었을까? 순경음 비읍은 불규칙을 만들어냈다. 현재 ㅂ불규칙 활용을 하는 단어는 모음인 어미와 활용하는 경우 순경음비읍이 뒤로 넘어갔다. 예를 들어 (-) + (-어라)의 경우 더버라(ㅂ은 순경음), (-) + (-)의 경우 도봐(ㅂ은 순경음)로 활용했다. 그러나 순경음 비읍이 사라지면서 반모음 [w]으로 변하게 되어, 더버라(ㅂ은 순경음)는 ㅂ순경음이 w로 변해 더워라로 변하게 되었다.

 

현재 사용되지 않는 자모들이라 하더라도 한국어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강력했다. 결국 문법 또한 규칙이기에 지금은 적용되지 않는 규칙이라 하더라도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문법을 단순히 어려워하고 외워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과거의 이러한 규칙의 존재, 즉 사라진 한글자모 4자와 순경음 비읍의 영향을 고려해 원리를 적용해 나간다면 한국어 문법을 암기가 아닌 이해의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