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알기 쉽게 바꾼 본보기 

                             

 리의도/춘천교대 명예교수

 

 

1. 더 살갑고 쉽게 바꾸어야 할 낱말

헌법 조문에 사용된 낱말 가운데는 대중의 언어와 동떨어진 것이 있고,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알아차리기 어려운 낱말이 있다. 몇몇 용례를 찾아, 간략히 그 조문을 보이고 대안을 제시한다. 낱말을 바꾸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문 구조를 고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1) 기망 → 속임수.
○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제12조 7) → 장기화나 속임수 등에 의하여 

 

(2) 경자유전(耕者有田) → 농민이 농토를 가짐.
○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제121조 1) → ‘농토는 농민에게’라는 원칙

 

(3) 정체(政體) → 정치 형태.
○ 제1조[국호·정체·주권] → [국호·정치 형태·주권]

 

(1)의 ‘기망’은 대중의 말살이와 동떨어진 낱말이다. (2)의 ‘경자유전’은 낱말이 아니니, 나라에서 편찬하고 관리하는 [표준국어 대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다. 한글로 표기했을 뿐이지 한국어 문장 속에 한어 문장을 끼워 넣은 셈이다. 헌법이 국민의 말글살이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잘 보여 주는 사례다. (3)에서 ‘정체’로는 뜻이 얼른 잡히지 않는다. ‘정치 형태’라고 하면 얼른 알 수 있고, 뜻이 또렷해진다.

 

2. 고정틀을 깨뜨려야 할 구문

헌법 조문에는 아주 틀에 박힌 구문이 있다. 대중의 언어와 다르거나 한국어의 상식을 벗어난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에 의하여” 구문

 

현행 헌법의 조문에는 “~에 의하여” 구문이 30개 이상 있는데, 그 가운데 바꾸기 어려운 것은 서너 개 조문이다. 약 20개는 “~에 따라”로 바꾸는 것이 더 알맞고, 5개 정도는 ‘~로’로 바꾸는 것이 더 알맞아 보이는데, 아래가 그 보기이다.
 
①-ㄱ.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제2조 2) → 바에 따라
ㄴ.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제27조 5) → 바에 따라
ㄷ.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제27조 1) → 법률에 따라
②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제12조 3) → 신청으로

 

3. 성분을 조정해야 할 월(文)

헌법에는 성분을 조정해야 할 월(sentence)이 많다. 불필요한 성분이 끼워진 경우가 있는가 하면, 꼭 필요한 성분이 빠진 월도 있다. 어떤 성분은 놓인 자리가 알맞지 않다. 명사 위주로 구성한 구문이 많으며, 문법을 벗어난 월이 적지 않다.

 

3.1. 군더더기 성분

 

다음 ①의 조문에서 ‘이를’은 각각 ‘추진하다’와 ‘보장하다’의 목적이며, 그 바로 앞의 ‘~정책을’과 ‘~인권을’을 가리킨다. 그 바로 앞에 있는 성분은 다시 사용하지 않은 것이 상식이다. ②의 ‘이를’도 주제어 ‘헌법 개정안을’과 같으니 다시 쓸 필요가 없다. 그리고 “20일 이상”이 ‘기간’을 뜻하므로 그 뒤의 ‘기간’은 쓸데없는 군더더기이다. ③의 ‘당해’도 마찬가지이다. ④의 조문에 “자기의 행위가 아닌”도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이른바 ‘연좌제’를 금지한다는 의미인 듯한데, 그 부분을 다 없애고 “자기 친족”이라 하면 충분하다.

 

①-ㄱ.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제4조)
ㄴ.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제10조)
② 제안된 헌법개정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의 기간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제129조)  
③ 제1항의 지시를 받은 당해 행정기관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제115조 2)
④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제13조 3)


3.2. 성분이 모자란 월

 

꼭 필요한 성분이 빠져 있는 조문이 있다. 다음 보기는 상반된 2가지 진술을 기술하고 있는데, 얼른 알 수는 없고 한참을 궁리해 봐야 알 수 있는 내용이다. 2가지는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한 진술”과 “자의로 한 진술”이다. 얼른 알아차릴 수 없는 이유는 “고문 ~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를 받아 주는 성분이 없기 때문이다. 나쁜 방법을 나열한 그 구와 “자의로 진술된”이 이웃해 있으니 도대체 의미가 잡히지 않는 것이다.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제12조 7)
→ ㄱ.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폭행·협박, 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속임수 등과 같은 방법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지 스스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될 때 
→ ㄴ. 피고인의 자백이 스스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 고문·폭행·협박, 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속임수 등과 같은 방법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될 때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현행 조문을 그대로 유지하고 모자란 성분만 보충하는 방법이 ㄱ이다. “고문 ~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를 받아 줄 요소 “이루어진 것이지”를 보충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ㄴ에서 보듯이 “자의로 진술된 것이 아니”를 떼어서 앞으로 옮기는 방법이다. 더 간단하고 명료한 것은 ㄴ이다.

 

3.3. 성분 배열이 알맞지 않은 월

 

다음은 성분의 배열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를’은 앞의 ‘공포하지’와 뒤의 ‘공포한다’의 공동 목적어이다. 이런 경우 앞에다 놓은 것이 자연스럽다. ‘공포하지’ 앞으로 옮겨야 할 이유이다.

   제5항에 의하여 법률이 확정된 후 또는 제4항에 의한 확정법률이 정부에 이송된 후 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지 아니할 때에는 국회의장이 이를 공포한다.(제53조 6)
→ 제5항에 따라 법률이 확정된 후, 또는 제4항에 따라 확정된 법률이 정부에 이송된 후 5일 안에 대통령이 그 법률 공포하지 아니할 때에는 국회의장이 공포한다.

 

4. 평행성을 갖추어야 할 월(文)

 

하나의 월에서 같은 일을 하는 요소들은 같은 형식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헌법 조문에는 그렇지 못한 용례가 매우 많다. 두어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4.1. ‘피동-능동’의 불균형 


①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안에서 되, 균등한 기회가 보장어야 한다.(제116조 1)
→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되, 균등한 기회를 보장야 한다.

 

①은 크게 2개 절로 되어 있는데, 앞절의 서술어는 ‘하~’(능동사)이고 뒷절의 서술어는 ‘보장되~’(피동사)이다. 하지만 의미 구조를 보면 앞절이 ‘후보자는 선거 운동을 ~ 다’이며 뒷절도 ‘국가는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다’이다. 이처럼 앞절과 뒷절의 구조가 같으므로 뒷절의 서술어도 능동사 ‘보장해야’로 해야 평행성이 갖추어진다.      

 

4.2. ‘명사구-서술절’의 불균형 

 

②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제114조 1)
→ 선거와 국민투표를 공정하게 관리하고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

 

②의 조문에서는 ‘및’이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와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를 대등하게 접속하고 있다. 그런데 앞쪽은 명사구이고 뒤쪽은 서술절이니, 평행성에 어긋난다. 명사구를 서술절로 고치면 평행성을 갖추어 문법적이고 자연스러운 구조가 된다.

 

4.3. 종결 형식의 불균형

 

③ 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다.(제123조 5) 
→ ㄱ. 국가는 농민․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 조직을 육성하, 그 조직의 자율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
→ ㄴ. 국가는 농민․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 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그 조직의 자율 활동과 발전을 보장하여야 한다.
→ ㄷ. 국가는 농민․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 조직을 육성하고, 그 조직의 자율 활동과 발전을 보장하여야 한다.

 

③은 절 2개가 대등하게 접속되어 있다. 앞절의 종결 형식은 “~어야 하~”이고, 뒷절의 그것은 ‘~한다’이다. 평행성을 갖추게 어느 쪽으로든 통일되게 해야 한다. ㄱ과 ㄴ이 그렇게 한 결과이며 ㄴ을 줄이면 ㄷ이 된다.

 

** <알기 쉬운 헌법 만들어 주세요.> 국민 청원하러 가기 **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