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16] 성기지 운영위원

 

날씨는 맑거나 맑지 않다. 날씨가 맑지 않은 것은 “날씨가 흐리다.”처럼 ‘흐리다’는 말을 써서 나타낸다. 또, 조금 맑지 않은 듯하면 ‘흐릿하다’고 한다. 사람의 정신도 대자연의 날씨처럼 맑지 않을 때가 있다. 사람의 정신이 맑지 않은 것은 ‘흐리다’의 작은말인 ‘하리다’를 써서 나타낸다. 곧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분명하지 않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 ‘하리다’이다. 기억력이 조금 맑지 않은 듯하면 역시 ‘하릿하다’고 말한다. 자연의 날씨에는 큰말인 ‘흐리다’를, 사람의 정신에는 작은말인 ‘하리다’를 쓴다.


이 ‘흐리다’를 바탕으로 해서 ‘흐리멍덩하다’는 말이 생겨났다. 흔히 “흐리멍텅한 녀석”이라든가, “일을 흐리멍텅하게 처리했다.”와 같이 ‘흐리멍텅하다’라고들 말하고 있지만, ‘흐리멍텅하다’는 말은 표준말이 아니다. ‘정신이 맑지 못하고 흐리다’거나 ‘일의 경과나 결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은 ‘흐리멍텅하다’가 아니라 ‘흐리멍덩하다’이다. 옛날에는 ‘흐리믕등하다’로 말해 오다가, 오늘날 ‘흐리멍덩하다’로 굳어진 말이다.


‘흐리다’에서 ‘흐리멍덩하다’가 나왔다면, 그 작은말인 ‘하리다’에서는 ‘하리망당하다’가 나왔다. ‘하리망당하다’는 정신이 아른아른하고 맑지 못하다는 뜻이고, 하는 일이나 행동이 분명하지 않을 때 쓰는 말이다. ‘흐리멍덩하다’와 ‘하리망당하다’ 역시 큰말과 작은말의 관계이므로, 정신이 조금 덜 흐려져서 아른아른한 상태이면 ‘하리망당하다’고 말할 수 있다. 어쩌면 요즘 세상살이는 얼마간 하리망당해야 버텨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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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