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13] 성기지 운영위원

 

어느덧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간밤에 내린 눈이 희끗희끗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것을 보면서, 벌써 또 한 살을 더 먹는구나 하는 생각에 삶을 한 번 돌아보게도 되는 그런 계절이다. 어제 친구에게서, “엊그제 쉬흔이 넘었는가 싶었는데, 벌써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어.” 하고 푸념하는 전화를 받았다. 함께 맞장구를 쳐줘야 했는데, 까닭 없이 심술이 나서 “쉬흔이 아니라 쉰이라고 해야지!” 하고 말해버렸다. 물론 말을 뱉고 나서 1초도 안 되어 후회했지만….


흔히 ‘마흔’ 다음에 ‘쉬흔’으로 잘못 알고 ‘쉬흔 살’, ‘쉬흔한 살’, ‘쉬흔두 살’이라고 하는데, 표준말이 ‘쉰’이므로 ‘쉰 살’, ‘쉰한 살’, ‘쉰두 살’로 말해야 한다. 이렇게 평소에 무심코 잘못 알고 있는 말들이 적지 않다. “왕년에 한가닥 하던 사람이야.” 하는 말을 가끔 들을 수 있는데, 어떤 방면에서 뛰어난 활동을 하거나 이름을 날리는 사람을 보고 ‘한가닥 한다’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말은 ‘한가락 한다’를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모두 한가락씩 기술을 지니고 있다.”처럼, 썩 훌륭한 재주나 솜씨를 가리켜서 ‘한가락 한다’고 말한다.


또,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 제꼈다.”처럼, 어떤 행동을 막힘없이 해치운다는 뜻으로 ‘제끼다’는 말을 흔히 쓰고 있다. “상대 선수들을 제끼고 골을 넣었다.”처럼 거치적거리지 않게 처리한다는 뜻으로 쓰기도 한다. 모두 바른 표현이 아니다. 이 말을 보조동사로 쓸 때에는 “노래를 불러 젖혔다.”처럼 ‘젖히다’로 말해야 하고, 무엇을 처리한다거나 무엇을 미룬다는 동사로 쓸 때에는 “상대 선수들을 제치고”, “그 일을 제쳐 두고” 들처럼 ‘제치다’로 써야 바른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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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